환자에 대던 청진기 `금융질환` 치료위해 사용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비례대표)은 본적은 경북 경산으로 돼 있지만 사실 대구서 태어났다. 대구시 중구 남산동이 고향인 조 의원은 대구 대성중학교(지금은 폐교됨)와 능인고등학교를 거쳐 계명대 의대를 졸업한 의학박사다. 학교를 졸업한 후 고신대 의과대 외래교수와 경남 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를 역임했으며,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을 거쳐 현재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정무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제3정조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이자 종교특별위원회, 신종플루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뛰고 있는 조 의원을 만나 어린 시절의 얘기들과 의사로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지낸 얘기들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의사시절 “국가적 보탬되는 역할 하고싶다” 결심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거쳐 18대 국회의원 활동

국민의 생명과 재산위해 맡은 소임 최선다할 것

20년 넘게 청진기를 들고,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힘쓰던 조문환 의원은 지난 17대 때도 김양수 전 의원과 함께 경남 양산에서 공천신청을 했던 전력이 있다. 일단 정치판에서 재수를 한 셈이다.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금융질환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국감에서도 우리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불공정사례를 족집게처럼 집어내`이 나라의 환부를 치료`하는 데 힘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먼저 이번 국감에서 연예기획사들의 전속계약 실태를 발로 뛰어 조사해 만연한 불공정사례를 고발했다. 연예기획사 30곳에 소속된 연예인 580명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9.5%인 55명이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은 사실을 밝혀냈다.

조 의원은 “남자 10대 가수의 60%, 여자 10대 가수의 50%, 여자 10대 연기자의 50%에게 10년 이상 장기계약이란 족쇄가 채워져 있다”면서 “한 10대 여가수는 무려 17년짜리 계약을 맺고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기획사들의 장기계약에 대해 `노예계약`이란 비판이 거세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기획사들을 대상으로 전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 국감 때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에게 실손의료보험 불완전판매와 중복가입자 과다보험료 징수문제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조 의원은 “손보업계가 지난 2003년 10월을 기준으로 한 신·구 계약 중복가입자에 대한 비례보상 방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지난해까지 최소 1086억원을 적게 지급했고, 1087억원을 더 걷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폭로했다.

금감원이 손보사 손해율 급등과 과다의료에 따른 건강보험재정을 이유로 2003년 10월1일부터 실손의료보험 계약에 대해 보험금 비례보상 원칙 적용을 결정함에 따라 중복가입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조 의원의 추궁을 받은 손보사들은 전수조사를 통해 불완전 판매된 보험료를 환급하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어릴 때는 법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판사나 검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다만 이런 것은 스스로의 꿈이라기보다는 부모가 바라는 꿈인 경우가 더 많지요. 나이가 든 지금 내 스스로를 돌아보면 공인회계사(CPA)가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의외로 숫자에 매우 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아이들에게는 공인회계사를 권하고 있기도 합니다.

-의사로서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지난 1990년 전문의를 따서 경남 양산에서 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양산까지 간 것은 제 처가가 부산이라는 점이 많이 작용을 했죠. 그 당시에는 지방에는 전문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어디에서 개원해도 환자는 많은 시절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 2008년 병원문을 닫을 때 부산·경남에서 보험료 순위로 2등쯤 했으니 의사로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겁니다.

-의사로서 많은 환자를 끈 비결이 따로 있습니까.

▲요즘에는 의사가 그 지역의 동네아저씨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이 필요 없으면 그냥 보내고, 가난하면 진료비 안 받고 그냥 보내기도 하고 해야죠. 제 생각에는 오는 환자의 15%는 그냥 보내야 한다고 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환자가 많아서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돈으로 보이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의사 후배들을 만나면 그런 얘기들을 해 줍니다. 실제로 그렇게 할 때 의사로서도 수명이 길어진다고 봅니다.

-의사로서 왜 정치를 하려고 했는지, 입문계기가 있다면.

▲지난 17대 국회 총선 때 김양수 전 의원과 함께 경남 양산에서 공천신청을 했죠. 그때 어떤 기자가 저보고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느냐”고 묻기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산업화·민주화 시대가 끝나면 다음 시대의 화두는 선진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선진화 시대가 마무리되면 동북아 시대가 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동차로 말하면 엔진이나 헤드라이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쿠션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데, 저는 통일을 내다보는 이 나라에서 의사로서의 한계를 느끼는 역할보다는 국가적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때 생각이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종교계와는 오랜 인연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아는 데, 계기가 있습니까.

▲제가 졸업한 대구 능인고교가 조계종 종립재단학교입니다. 1976년 무시험 추첨 1회로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속칭` 뺑뺑이`1회로 학교를 졸업하다 보니 선배들이 이런저런 동창회 관련되는 일들을 동기들에게 맡기려 해도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그때 제가 의사생활을 하면서 경제적인 형편이 다소 낫다 보니 동문회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그래서 학교 일로 재단이사로 계시던 스님들과 자주 만나게 됐습니다.

능인고 재단의 이사로 계신 스님들은 불국사나 은혜사 등 종단 내에 어른으로 계시는 스님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과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친분을 쌓다 보니 불교계 다른 스님들과도 친분을 쌓게 된 것입니다. 불심으로 따지면 저보다 훨씬 더 깊은 분들이 많이 있지만 종교계 지도자분들과 많이 알고 지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주호영 특임장관과는 고교 동기로 알고 있는 데, 어떻게 지냅니까.

▲주 특임장관과는 친하게 지내는 사이입니다. 정치도 주 장관이 지난 17대 국회의원을 시작할 때 저도 공천을 신청했으니, 시작은 같이한 셈입니다. 다만 17대때 저는 공천에서 떨어졌으니 한번 재수를 했다고 해야겠지요.

-이번 국감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챙겼던 사안은 어떤 것입니까.

▲금감원 감사 때 금감원이 손보업계의 사기행각을 눈감아준 일을 파헤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3년 10월 이전에 100만 원짜리 실손보험 두 개를 팔고, 그 뒤 치료비가 60만원이 나왔다면 두 군데 보험사에서 다 100만원을 줬습니다. 따라서 요실금 같은 수술의 경우 환자는 수술하고 난 뒤 돈이 남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이래서 손보업계의 손실이 많이 나니까 금감원이 비례보상원칙을 적용한다고 바꿨습니다. 즉 의료비가 나오는 만큼 몇 개 보험회사가 나눠서 보상해주도록 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바꾼 것을 손보업계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소비자들을 속인 것입니다. 즉 2003년 10월 이전에 100만원 짜리 보험 2개와 그 이후 보험 2개를 들었고, 치료비가 60만원 들었다면 이전의 보험에서는 그대로 100만원씩 주고, 그 뒤의 보험에서는 각 30만원씩 지급하면 되는 데, 손보업계는 앞의 2군데 보험에서 각각 30만원만 주고, 뒤의 보험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손보업계가 자의적인 해석으로 계약대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1천억원이 넘고, 계약내용이 바뀌었는데도 보험료는 그대로 받았으니 이 역시 부당한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이번 일은 금감원이 국민들의 이익보다 손보업계를 더 챙겼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된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신종플루 대책특위로 바쁘셨다고요.

▲정부의 신종플루 대책이 현장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서 대처가 늦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좀 더 발 빠르게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질책을 몇 번 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져야 할 행정부가 보건대책에 허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무위에서 일해 본 소감은.

▲정무위에는 총리실, 공정거래위, 권익위, 보훈처, 그리고 금융권 전부가 해당됩니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기재위 소관이고, 농협과 수협은 금융기능은 정무위고, 정책은 농림수산식품위 소관이 됩니다. 일반은행은 물론이고 기보와 신보, 저축은행까지 포함되니까 상당히 광범위한 업무가 포함됩니다. 이번 국감을 통해 공부를 해 보니 금융기관이 하는 일 가운데 뜯어고칠 것이 너무 많고, 할 일도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의사출신으로서 금융부문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사실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문과 공부를 했습니다. 서울대 법대를 가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서 계명대 의대에 입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죠. 더구나 경제분야는 의사 생활하면서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떤 때는 경제학 공부를 따로 하기도 해 그리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대정부질문 때도 금융위원회 사람들이 “의사출신이 금융부문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많이 아나”하는 얘기를 들었고, 당내 중진의원 회의 때도 그런 류의 얘기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열심히 한다는 얘기로 알아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정무위든 어떤 상임위든 맡은 소임에 대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 그래야만 국민들이 주신 감독권한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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