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트선재미술관 `현대미술의 단면` 展… 국내외 대표작가 34명 작품 선보여

경주 보문단지 내에 위치한 경북 최대의 미술관인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이 기획전으로 `현대미술의 단면전`을 내년 2월28일까지 열고 있다.

현대 미술의 국내외 대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전시다. 서양화 한국화 사진 비디오 장르에서 국내외 작가 34명의 대표작 66점을 선보이는 장이다.

이번 전시회는 그간 아트선재미술관이 수집해 온 많은 작품들 중 세계미술의 수작들과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 기억할만한 작품들을 엄선해 전시한다.

평면작품들은 조용히 같은 목소리를 내는 작품들을 선별해 같은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관람자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는 재미`를 느끼며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일본의 유명한 퍼폰먼스 그룹 메이와 덴키(明和電機)가 `물고기`를 주제로 그들의 유쾌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악기나 기계제품 연작인 나키(NAKI·魚器) 시리즈가 재미있는 자료 영상과 함께 전시된다.

또 올해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옆방에 눈물을 흘리는 모나리자를 전시해 충격을 줬던 중국작가 얜 페이밍의 초대형(4m×5m) 회화작품인 `도둑 1`이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층에서는 물방울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창열과 순수한 색채의 하모니를 들려주는 이세득, 그리고 작은 사각형의 격자로 화면을 분할한 후, 그 각각을 반복적인 붓 터치로 채워나가는 인고의 작업과정을 통해 회화공간 속에서 숭고한 정신성을 환기시켜주는 정상화의 작품이 선보인다. 김형대, 한묵, 전광호를 비롯한 한국 추상화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들도 나왔다.

2층 입구에 전시된 메이와 덴키는 토사 마사미치(土佐正道)와 노부미치(信道) 형제로 구성된 일본의 개념예술 그룹으로 일본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중소기업 형태로 작품을 생산하며 다양한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이는 그룹이다.

이어지는 전시실에서는 한국 현대사진의 일면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나무 사진으로 잘 알려진 배병우, 대낮에 강한 플레쉬 인공광을 사용해 인물을 배경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아줌마들의 모습을 가려진 이면을 조명하는 오형근을 비롯해 구본창, 이정진 등 한국 사진계의 대표작가들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별도로 전시실이 마련된 주명덕은 한국 사진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일찍부터 사회에서 예술이 행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의 궤적을 담아온 그의 최근 연작인 `도시풍경`을 전시한다.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인 안젤름 키이퍼와 임멘도르프의 사회성 짙은 초대형 회화 작품들과 세심한 관찰력과 즉흥적인 붓터치로 실제의 얼굴이나 상상 속의 얼굴을 표현해온 중국 출신의 작가 얜 페이밍이 신원이 파악하기 쉽지 않은 여러 얼굴을 `도둑`이라고 명명하며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넘나드는 초대형 초상화가 전시된다.

그리고 오랜 동아시아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양적 분위기의 추상표현주의 회화를 발표했던 샘 프란시스의 작품과 공장에서 막 찍어낸 듯이 경쾌한 웨슬만의 철판 프레스 작품과 화려한 산업화의 뒤안길에 점점 무채색화 되어가는 도시인의 단면을 담담히 담아낸 조지 시걸과 같은 세계적 거장들의 발자취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문의 745-707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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