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우 시집 `사랑의 어두운 저편`...창비 刊

“달은 모래로 뒤덮여 있어 / 바람이 불면 모래 쓸리는 소리가 들려오지 / (중략) / 아무도 없어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 다만 차가운 어둠속에서 우리 모두 이렇게 / 죽어가는 거야 / 달의 어두운 저편”(`달의 어두운 저편` 중)

남진우(49) 시인의 신작 시집 `사랑의 어두운 저편`(창비 펴냄)은 `달`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그것도 크고 빛나는 환한 달이 아니라 어둡고 차갑고 어딘가 텅 빈 느낌의 달이다.

시 속에서 달은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달이 나를 기다린다`)이거나 “처형받은 자의 모습”(`블루 문`)이거나 “밤하늘에 걸려 있는 금 간 두개골”(`달을 쏘다`)이기도 하다.

이렇게 `달의 어두운 저편`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희망과 절망이 함께 하는 `사랑`의 실체를 보이는 것과도 맞닿아있다.

“내 그대에서 사랑을 고백함은 / 입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 입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 아무리 속삭여도 /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고백` 중)

어둠과 사랑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시집에 대해 시인은 후기에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말해졌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것은 아직 전혀 말해지지 않은 듯하다. 세상은 늘 새롭고 모든 것은 거듭 다시 말해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희덕 시인은 추천사에서 “`달의 음악` 속에서 텅 빈 허공이 충만한 신화적 공간으로 태어나고 있는 시편들은 `성스러움과 사랑과 시는 하나`라는 오래된, 그러나 오랫동안 잊혀진 전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136쪽. 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