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칠리 `죽은 철학자들의 서`...이마고 刊

기이한 언행들로 `미친 소크라테스`라는 별명을 가진 디오게네스. 통 안에서 살면서 사회관습과 문화적인 삶을 비웃었으며 `개`라는 경멸 어린 호칭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냉소적인 `견유(犬儒) 학파` 철학자의 전형이었다.

그는 “죽어서 어떻게 묻히기를 바라느냐”는 물음에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해서”라고 엉뚱한 답을 내놓을 만큼 죽음에 대해서도 냉소적이었다. 그는 90세에 죽었다고 하는데, 문어를 산 채로 삼켰다거나 숨을 억눌러 자살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런 디오게네스의 삶과 죽음 앞에 영국 출신 철학자 사이먼 크리칠리 뉴욕 뉴스쿨대 교수는 “하데스에서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며 “죽음은 우리 모두를 견유철학자로 만든다”는 뜻을 되새긴다.

크리칠리 교수의 `죽은 철학자들의 서(書)`(이마고 펴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자들이 죽음을 대했던 자세와 철학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는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곧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 키케로나 “잘 죽는 법을 알지 못하는 자는 잘 살지도 못한다”는 세네카의 말을 근거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동시에 다룬다.

생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놓고서도 저자는 유쾌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나 한없이 가볍지는 않으며 적당히 진지하다. 삶과 죽음이 존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평생 존재의 문제를 고민했던 철학자들로부터 배우면 충분하다는 가뿐한 마음가짐으로 읽으면 된다.

이 책의 핵심은 결국 인간의 유한함, 조물주와 대비되는 피조성(被造性)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기독교는 `죽음을 훈련하는 종교`이므로 기독교인이 더 오래 살려는 욕망과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다면 무신론자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는다.

“철학적 죽음이란 이상은 죽음을 거부하는 우리 시대의 특이한 관습을 허물어뜨릴 만한 설득력을 지닌다. 우리가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은 나의 죽음과 타인의 죽음을 포함한 죽음이라는 현실과 관련될 때다. 자아를 잃는 것을 받아들일 때에만 우리는 자아를 얻을 수 있다.”

김대연 옮김. 360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