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시즌 마치고 귀국

미소는 짓고 있었지만 표정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일본에서 2년 연속 부진했던 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승엽은 17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갖고 “나에게 이번 겨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의미있다”며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은 지난해 극심한 타격 부진 탓에 타율 0.248에 홈런 8개와 타점 27개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절치부심하며 이번 시즌을 맞았지만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9에 그쳤다. 홈런과 타점은 각각 16개와 36개에 불과했다.

이승엽은 이날 곧바로 대구로 내려가 가족, 친지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KIA 최희섭과 함께 산을 오르며 훈련할 예정이다.

이하 일문일답.

-귀국 소감은.

△9개월 반 만에 귀국했다. 올해는 좋았던 일도 있었고 속상한 일도 많았다. 이제는 시즌이 끝난 이상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다. 마음은 오히려 편하다. 열심히 해도 안되면 인정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미련없이 떠날 것이다.

-무척 힘든 시즌을 보냈다.

△2군 생활도 오래했고 30타석 이상 안타를 못 치기도 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버하기도 했다.

자동차로 치면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셈이다. 8번 타자, 대주자, 대수비까지 해 봤다. 그런 경험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내가 좋았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부진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출장했다. 인정한다. 내년에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벼랑 끝에 섰다는 심정으로 다시 해 볼 것이다.

-아쉬웠던 부분은.

△너무 많이 아쉽다. 나의 모든 것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해내지 못했다. 기술, 정신력, 연습 중에서 하나는 부족했다. 성적이 이를 말해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겨울 훈련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인가.

△예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다지고 나서 기술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2년 동안 성적이 부진했던 만큼 올해는 기술과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할 것이다. 훨씬 빨리 기술 훈련에 들어가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