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11월은 고마운 달이다. 풍성한 열매와 곡식을 주신 하나님과 자연의 은총에 감사를 드린다. 봄부터 여름 지나 피땀 흘려 추수하는 농부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11월은 교회력으로 추수감사절로 지킨다. 추수감사절은 종교의 박해를 피하여 1620년 영국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를 타고 신대륙 미국에 정착 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청교도들은 이듬해 11월 추수를 마치고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렸다.

그들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넜을 때, 이미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거두었다. 설상가상으로 추위와 배고픔과 질병이 엄습했다. 농사를 지었으나 인디언의 습격으로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이듬해 봄에는 거의 절반이 죽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밭에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첫 번째 수확물로 감격적인 추수감사예배를 드리며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는 대서양을 건너와 여러 친구들을 잃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주셨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첫 열매를 그분께 드린다.”

이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드리는 눈물과 감사의 고백이다. 이것이 신대륙에서 시작한 첫 번째 추수감사절이었다. 가장 힘들고 고통스런 상황에서 감사할 수 있었던 청교도들은 오늘날 미국을 세웠다. 감사는 고통을 기쁨으로 바꾼다. 감사는 눈물을 희망으로 바꾼다. 감사는 불행을 행복으로 만든다.

청교도들은 1621년 가을에 신대륙 플리머드 정착지에서 경작법을 가르쳐준 인디언들을 초대하여 야생 칠면조(turkey)를 잡아 나눠 먹었다. 이후 칠면조 요리는 추수감사절의 단골메뉴가 됐고 이날을 `터키 데이(turkey day)`로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추수감사절은 이웃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절기다. 세상과 소통하는 축제의 한마당이다.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절기다. 감사는 단순하다. 감사는 받은 것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고마운 것을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청교도 정신은 합리주의에 기초한 준법정신과 그리고 절제된 생활과 개척정신이다. 이런 삶의 방식은 오늘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사고방식이요, 생활방식이다.

청교도들의 정신은 첫째로 자유와 평등의 정신이다. 사람은 가진 것으로 평가받거나 그 사람의 능력이나 조건에 따라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와 평등을 누려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배운 자와 배우지 못한 자,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법 앞에 차별을 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 안에 암초처럼 숨어 있는 차별문화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 청교도 정신은 정의에 바탕을 둔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 데 있다. 사람은 그 어느 곳에서도 존중되어져야 한다. 법보다 사람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 정의는 힘없고 억울하고 약한 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용산 참사로 희생된 유가족의 문제가 엄격한 법 적용을 떠나 사회정의와 통합이라는 넓은 의미에서 약한 자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근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도 따뜻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로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이다. 청교도들의 도전정신과 개척 정신은 오늘날 미국을 건설했다. 그들은 현실에 타협하고 안주하지 않았다. 그들은 부정과 불의와 맞서서 미지의 신대륙을 향해 떠났다. 그들의 도전정신이 신대륙으로 떠나게 한 신념이었다. 그들은 불모의 신대륙에서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개인의 평등과 자유의 나라를 만들었다. 오늘날 미국이라는 강한 국가를 가능케 했던 힘은 청교도 정신이다. 청교도 정신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자기희생이라는 자각이 자리 잡고 있다. 청교도 정신인 자유와 평화와 평등, 그리고 개척정신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쟁취해야 할 소중한 자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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