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환자 가족의 고군분투 투병일지

은행 경영진인 오거스트 오돈(닉 놀테)과 그의 아내 미카엘라(수잔 새런든)의 다섯살배기 아들 로렌조(잭 오몰리 그린버그)는 어느날 갑자기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병에 걸린다. 로렌조의 병은 ALD(부신 백질 이영양증)라는 병으로 걸리면 2년밖에 연명할 수 없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나온 불치병이었다. 오돈 부부는 말할수 없는 절망과 슬픔속에 유명 의료진을 찾아 다니지만 치료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일 뿐이다. 환자수도 적고 희귀한 만큼 치료제를 발명할 자료도 없었다.

오돈 부부는 대학시절에 공부했던 의학 지식과 약간의 경험으로 직접 아들의 병을 고칠 치료제를 만들 결심을 한다. 오거스트는 직장을 그만 두고 미카엘라는 매일같이 도서관과 연구소를 드나들면서 의학서적과 논문 등을 독파하고 세계적인 의학박사들의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그간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ALD 병에 대한 자료를 총망라한다.

의사출신 감독 탁월한 연출 눈길

`ALD 환자` 비극과 희망 그려내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답처럼 로렌조의 병이 포화지방산의 수치와 연관이 있음을 밝혀 지고 올리브 기름이 이의 억제 효과가 있음 또한 알아 낸다. 하지만 올리브 오일에서 순수한 원액을 치료제로 변형시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일에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한 거액이었다. 로렌조의 병은 계속 악화되고 치료제 개발에 나선 오돈 부부는 전재산을 들이고 집까지 팔아 비용을 마련한다. 올리브 오일에서 순수액을 추출한 의사를 구하지 못해 난관에 부딪힌 오돈 부부앞에 영국의 생화학자 돈 수데비박사가 나타나 이 일을 맡는다. 그는 9개월간의 연구 끝에 올리브유를 추출해내는 데 성공하고 오돈 부부는 음식에 섞어 아들에게 이를 먹인다. 드디어 로렌조의 포화지방산 수치가 기적적으로 줄기 시작하더니 결국 아들의 포화지방산 수치가 0으로 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ALD 치료제는 로렌조의 이름을 따 `로렌조 오일`이라고 이름 지어지고,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얻어내어 수많은 어린이들을 완치시키게 된다.

의사 출신인 호주 감독 조지 밀러는 흥행작 `매드 맥스`시리즈에서 손을 떼고 이 영화에 자신의 의학지식과 탁월한 연출 솜씨 모두를 쏟아 부었다.

고품격 영상 감독과 닉 엔라이트가 쓴 지적인 대본은 아들의 병이 몰고 온 가족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오돈 부부 역을 맡은 닉 놀테와 수잔 새런든의 연기는 말하나마 뛰어나고 이들에게 동정적인 의사로 나오는 피터 유스티노프도 그 풍채만큼이나 넉넉한 연기를 보여준다. 로렌조 오일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돈 수데비 박사역은 본인이 직접 그 배역으로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다.

로렌조 오일 발명의 업적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오돈 부부는 11년째 투병중인 아들의 뇌세포를 되살리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 치료제로도 병을 고치지 못한 환자가 많아 로렌조 오일의 효능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로렌조 오일로 ALD를 치료한 환자가 5년 동안 80명에 달한다는걸 증거로 약의 효능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로렌조 오일이 혈액 속에서 병원체로 여겨지는 물질의 독성을 억제한다는 것에 대해 의학계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의 고군분투하는 투병 일지를 다룬 영화들이 범하기 쉬한 단순한 동정 차원을 넘어서 이 영화는 그야말로 진정한 인간 승리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