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29)는 솔직했고 심플했다. 겸손했지만,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자신이 가진 카드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가감 없이 내보였다. 좀 에둘러가도 되고 좀 피해도 됐지만, 그는 영롱한 빛이 감도는 얼굴처럼 진심이라는 정공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태희는 `아이리스`에서 NSS(국가정보원)의 최고 프로파일러 최승희 역으로 주목받는다. 그는 “가슴 아픈 사랑은 자신이 없지만, 일본 촬영분에서 보여준 그런 사랑은 너무 하고 싶다. 나도 그때는 승희가 참 부러웠다”며 웃었다.

-시청률이 30%를 넘어섰다.

▲기쁘다. 나 역시 방송을 보며 이 작품이 카메라 움직임이나 스케일에서 확실히 다른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보기에도 영화처럼 멋진 드라마인 것 같다. 첩보 액션 대작이지만 내가 초반에 액션 분량이 별로 많지 않아 잘 실감하지 못했고, 그저 대작에 피해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을 했는데 작품이 근사한 것 같다.(웃음)

-이병헌과의 멜로 연기가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베드신이 화제였다.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 이병헌 선배가 멜로 아이디어를 많이 내셨다. 키스하며 입에 든 사탕을 전해주는 것이나, NSS 사무실에서 책상 밑으로 승희가 현준의 다리를 쓰다듬는 장면 등이 그렇다. 승희의 다리에 현준이 수갑을 채우는 건 내 아이디어였다.(웃음) 두 사람이 요원이니까 데이트도 조금은 다르게 할 것 같았다. 베드신은 편하게 찍었다. 말이 베드신이지 난 민소매 티를 입었고 침대에서 키스하는 정도라 크게 부담은 없었다.

-액션 연기는 어떠했나.

▲지금까지 보인 것은 많이 아쉽다. 처음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욕이 컸는데 연습하면서 다치고, 또 같은 여자인 선화(김소연)와 싸우느라 죽기 살기로 싸우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10부에서 보일 액션 신은 마음에 든다. 테러리스트랑 붙는 신인데, 상대가 덩치 큰 남자 배우라 내가 마음 놓고 때렸다. 액션 연기하느라 정말 온몸에 멍이 잔뜩 들었지만 하고 나면 쾌감이 든다. 변태인가?(웃음) 총 쏘는 건 그보다 어려운 것 같다. 풍선 터지는 소리도 무서워하기 때문에 총 쏘는 연기도 그 소리 때문에 어렵고, 폼을 잡는 것도 이상하게 어렵다. 어렸을 때 총싸움을 좀 할 걸 그랬다.(웃음) 이병헌 선배의 폼은 정말 완벽하더라.

-승희는 현재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원래는 매사 자신만만한 캐릭터다. 김태희는 어떤가.

▲난 자신감이 많이 없다. 내가 마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고, 고민도 없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도 콤플렉스가 있고, 고민이 너무 많다. 연기를 시작한 후에는 미래가 막막할 때가 많았다.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답답한데 길은 안보였다. 지금도 뭔가를 깨치지는 못했고 여전히 연기가 어렵고 그에 대한 고민도 진행형이다. 계속 도전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루머에는 별로 동요를 안 하는 편이다. 사실이 아니니까. 그런데 내가 가장 상처를 받는 것은 연기력 논란이다. 나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리스`를 통해 그동안의 막연하고 답답했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고, 이 작품이 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재 최고의 스타인데 너무 위축된 것 아닌가.

▲스타? 잘 모르겠다. 이미지나 외모로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좋은 것보다는 부족한 게 더 크게 눈에 보이고, 부정적인 시선에 더 고민하게 된다. 외모 또한 큰 이목구비가 연기자로서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작은 표정도 크게 읽혀 `오버` 논란이 나오는 것 같고, 또 내가 입이 돌출형이라 잘 안 닫히는 것도 콤플렉스다. 교정을 했는데도 그렇다. 의사 선생님이 최대한 집어넣었는데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하더라.(웃음) `아이리스`에서도 승희는 현준과 사우가 첫눈에 반하는 인물인데, 안 예뻐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지금껏 CF에서 워낙 예쁘게 만들어줬으니 드라마에서는 그보다 못할 텐데 어쩌나 걱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