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前 문경중 교장
텔레비전의 우민화 정책(?)에 강하게 튀면서도, 어김없이 목요일 밤 9시의 단골손님이 된다.

모 방송의 `세상에 이런 일이`의 개근생이 되었다. 같은 프로의 제3탄(세 번째 이야기)이 내 가슴에 명중이 되었다.

충북 보은이라면 그전엔 대추 고을로 널리 알려졌지만, 근년엔 가수 태진아씨의 고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산골 밭 한 마지기도 없이 여러 남매를 키우다 보니, 학력이 초등졸업으로 평준화됐고,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배고픔을 참지 못해 고향을 등졌단다.

태진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로 튀어(?), 중국집 철가방 맨으로 전전하다가 무교동 지하식당에서 서빙을 하게 됐다. 늘 오는 단골손님, 작곡가 서승일씨가 태진아의 싹수를 알아보고 가수로 밀어주었다. 태진아의 본명은 조방헌(曺邦憲)이다. 태진아란 예명은 작곡가 서승일씨가 지어주었다. 그 당시 한국 연예계의 팡팡 튀는 대스타인 태현실, 남진, 나훈아의 이름에서 한자씩 양자(?)를 하여 태진아란 가수가 태어난다. 연예계에서 대성한 세 선배처럼 `태진아군, 자네도 대성하라`는 깊은 뜻이 스며 있었다. 태진아의 히트곡인 `사모곡`은 많은 사람에게 잊혀진 어머니를 떠올려 주는 감동적인 노래다.

가난을 숙명으로 여나무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온 어머니의 회갑을 뜻있게 걸팡지게 차려 드리기 위해 여러 해를 두고 준비해온 태진아는 회갑 4개월을 앞두고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태진아는 효자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형제 우애로 손가락을 꼽을 만 하다.

태진아의 6남매는 자기 집이 없이 가난하게 살았다. 태진아가 밤낮없이 가수로 열심히 뛰어 1년 벌어 채곡채곡 모은 돈으로 한 사람씩, 6남매 집을 다 사주어 자기 집에서 편하게 발을 뻗고 살게 해 주었다.

태진아는 형제 자매의 보금자리를 다 마련해주고 나서 맨 끝으로 비로소 자기 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유사 이래 이렇게 다정다감한 형제에는 찾아볼 수 없는 미행이요, 쾌거다.

박사 학위 열 개 가진 석학보다 태진아의 초등학교 졸업장이 더 우람해 보인다.

내가 공립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에 태진아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주려고 생각했지만, 너무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것 같아 나도 몰래 장한 뜻(?)을 접고 말았다.

태진아씨의 미행을 보고 충청도 양반들(?)에게 지금까지 호감을 품고 사는데 어젯밤(2009년 10월29일) S방송의 `세상에 이런 일이` 제3탄, `장고자리`를 보고 더욱 호감에 확신을 더하게 됐다.

`장고자리`라니, 무슨 옛날이야기 속의 도사를 떠올리겠지만, 사실은 돼지가 태어난 지 반 년이 되어도 제대로 자라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다고 하여 `장고자리`란 이름을 붙였다는데 일류 작명가를 초빙해도 그렇게 멋진 이름을 뽑을 수 없을 것 같다.

`장고자리`란 이름을 붙인 미니돼지의 남자주인은 호떡같이 둥근 얼굴에 유머가 넘쳐나 초면에도 낯익은 얼굴처럼 친숙해 보인다.

잘 자라지 않는 돼지 더러 조놈이 슬기로워 제사상이나 생일 잔칫상 술안주가 되지 않으려고 다이어트를 한단다.

수의사 선생을 초빙하여 건강진단을 받은 결과 건강전선에 이상은 없고 미니돼지가 된 것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라 했다.

같이 태어난 동기생 돼지와 비교를 하면, 미니돼지는 몸무게 5kg, 몸길이 43cm인데 딴 동창생(?) 돼지는 몸무게 21kg에 체장이 100cm다. 형제 돼지는 체중이 불어나면 불원간 도끼 벼락을 맞겠지만 미니 돼지는 견공(犬公)인 바둑이와 친구가 되어 외롭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흔히들 돼지는 더럽고 둔하다고 비하하는 이들이 많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청결을 좋아하고 머리 크기에 걸맞게 지능도 우수한 게 바로 돼지다.

신석기 시대의 농업과 목축시작을 신석기혁명이라고 한다.

인류가 급속도로 문명발전을 이룩한 것은 산돼지를 가축, `집돼지`로 만들어 돼지로부터 단백질을 공급받아 두뇌발달이 촉진됐기 때문이다.

사람은 채소를 먹으면 장수한다는데 돼지는 체소(體小)해야 안 잡아 먹히고 장수하게 된다.

`장고자리`가 유모가 철철 넘치는 주인 영감님과 자주 눈을 맞추며 행복하게 살기를 빈다.

`장고자리`가 사는 충북 보은을 떠올리다가 대형가수 태진아씨 이야기가 곁들여졌다.

`장고자리`의 건강과 국민 가수 태진아씨의 건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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