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책으로 국민의 생명·안전 지키겠습니다”

경북 성주출신의 김진항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은 예비역 육군소장으로서 행정부의 재난안전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 실장은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뒤 연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경기대에서 외교·안보전공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7년 5월 육군 소장으로서 육군포병학교장을 마지막 보직으로 전역한 뒤 안보문제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다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분야 업무가 통합되면서 신설된 재난안전실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최근 김 실장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 대책을 위해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총괄조정관으로 뛰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추억과 군생활, 그리고 재난안전실장으로서 업무현황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신종플루 대책 구성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

혜택 받을 수혜자 입장에서 제도 기획·집행 노력

공무원으로서 공적인 일을 앞세우는 자세 지켜야

-보통 직업군인들은 어린 시절 꿈도 군인인 경우가 많은 데,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실 저의 어린 시절 꿈은 교사였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어떻게 하다보니 문과에 배정됐는 데, 서울까지 가서 공부할 형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경북대 사대에 진학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2학년때 이과로 옮길 수 있게 해달라고 선생님께 부탁을 해 간신히 이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인으로서 살 운명이었는 지 그 전까지 문과만 있던 육군사관학교에 처음으로 이과 학생을 모집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대학교보다 앞선 시기인 9월에 시험을 치는 육군사관학교에 연습삼아 시험을 쳤습니다. 그런데 1차 시험에 덜컥 합격했습니다. 여러 명이 시험에 응시했다가 모두 떨어지고, 합격한 학생이 몇명 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있을 당시였기에 육사도 전망이 좋다고 강력하게 권유하는 겁니다. 또 그해의 전기대학 입시일이 사관학교 2차시험날인 1969년 12월19일로 겹친 것도 육사에 입학하게 된 하나의 이유가 됐습니다.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한 후 어땠습니까.

▲설이 지나서 육군사관학교에 진학을 했는 데, 그 당시 훈련때 쓰는 M1소총을 들고 뛰어 다니느라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먹는 것도 시원찮아서 많이 말랐기 때문에 기력도 딸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어떻게 하면 육군사관학교를 그만둘까 궁리를 할 정도로 적응이 힘든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골에서 망신살 뻗칠 것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꾹 참고 졸업을 했죠. 그 이후 육군 소장까지 진급했으니 나름의 성취는 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에서 특기라고 할만한 분야가 있다면.

▲저 스스로 전략과 정책이 전공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략에 대해서는 포병대대장을 맡았던 1985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으니, 21년쯤 공부를 한 셈입니다. 합참에서는 군사전략과 군사전략장교를 지냈고, 육군총장 비서실 정책장교, 육군참모차장 수석부관, 군단 포병여단 참모장, 포병 연대장을 거쳐 합참 군사전략과장 등을 역임하면서 전략에 관한 글들을 많이 읽고, 쓰고, 번역을 하는 가 하면 책도 한 권 냈습니다. 데니스 M 드류와 도날드 M. 스노우가 쓴 `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지나`를 번역했으며, `전략이란 무엇인가`란 제목으로 졸저도 썼죠. 조만간 전략에 관한 책을 한 권 더 낼 작정인 데, 업무가 바빠서 늦어지고 있습니다.

-새로 낼 책의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가칭 `경쟁의 틀을 바꿔라`라는 제목으로 낼 작정인 데, 전략이란 무엇인가란 책의 후속편이 됩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런 얘깁니다. 먼저 전략을 정의하면,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이길때는 필요없지만, 약한 놈이 강한 놈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싸움하는 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만고불변의 진리는 약한 놈이 강한 놈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전략이란 약한 것을 강한 것으로 틀을 바꾸는 것`이란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위과 골리앗 싸움의 이야기가 대표적일 겁니다.

다윗은 자기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한 결과 접근전은 피하고, 원거리에서 돌팔매란 수단으로 공략하자는 전략을 짰고, 그것이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즉 접근전이 아니라 떨어져 싸우는 것으로 경쟁의 틀을 바꾼 것입니다. 동서양의 전쟁사에서 이런 전략의 승리는 부지기수이며, 이런 사례들을 통해 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일 생각입니다.

-군인으로서는 드물게 매우 개혁적인 사고방식과 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군대에 근무할 때나 지금이나 저는 공무원들이 시혜자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혜자 입장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일례로 최근 신종플루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돼 충남 보령과 아산지역 보건소를 둘러보고 왔는 데, 소장이 시골마을에 버스가 하루에 2번밖에 다니지 않아 주민들이 백신접종 받는 것을 무척 힘겨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백신기동반`을 만들어 마을을 찾아다니며,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일괄접종을 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을 한적이 있습니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도 이번 신종플루 사태때 예방접종을 위해 필요한 인력과 차량 지원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들어줄 것이란 조언까지 곁들였습니다.

-육군 소장으로 전역후 어떻게 행정부 공무원으로 다시 근무하게 됐습니까.

▲육군사관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때 부터 군대 생활을 했다고 보면 만 37년4개월을 군인으로서 살았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위해서 모색하던 중 행정부에 일할 의향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고 다시 근무하게 됐죠. 인생 1막이 끝난 뒤 새로운 인생 2막을 열수 있게 돼 기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군에서 하던 일과 업무의 차이도 그리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는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법과 제도, 정책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업무를 맡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즉 수단은 다르지만 목적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이전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차관급인 비상대비기획관이 책임을 맡은 비상기획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이 위원회는 전시에 군사작전을 지원하고, 동원물자를 조달하며, 정부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 지, 그리고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이런 계획을 점검하는 것이 바로 을지훈련이었죠. 그러나 새 정부 들어 개별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던 재난안전 업무들이 통합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재난안전업무와 비상기획업무를 통합해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로 신설됐습니다. 예를 들면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국방부와 협조해 도서·오지 등에 군병력과 장비를 지원하게 했고, 조류독감(AI) 발생 때는 농림수산식품부 소관이지만 행정안전부가 총괄해서 특별교부세를 바로 집행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습니다. 요즘처럼 신종플루가 유행하게 되면 보건복지부는 물론 교육과학부 등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대처하는 것도 업무의 일환입니다.

-진보정권에서 다시 보수정권으로 바뀌는 변화의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공무원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진보는 미래가치를 중시하고, 보수는 현재가치를 중시합니다. 따라서 보수는 현재상태에서 변화하는 게 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보수라고 해서 무조건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군대에서는 `멸사봉공`(滅私奉公:사적인 이익을 돌보지 않고 공적인 일에 봉사함)을 내세우지만, 그 정도까지는 못하더라도 공무원이라면 `선공후사`(先公後私:사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을 먼저 생각하고 앞세움)의 자세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재난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국민들과 지역민들에게 당부하신다면.

▲지금 창궐하고 있는 신종플루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생활수칙을 지킨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종플루는 확산속도는 빠르지만, 독성은 계절독감보다도 약한 만큼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증세가 의심될 경우 병원을 찾아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복용하면 금방 낫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잘먹고 과로하지 않도록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김진항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은?

성주군 금수면에서 태어났다. 고향인 금수면에서 금수 초등학교를 거쳐 성주중학교,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사관학교 30기로 임관, 미군 육군대학원을 거쳐 제12보병 사단장, 육군 포병학교장, 한국안보문제연구소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30여년을 군인으로서 복무하는 동안 대형 재난발생시 대민지원·복구업무와 국가안보업무 등에 특히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는 등 확실한 업무 장악력과 청렴·강직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육군소장으로 전역한 김진항 실장은 현재 현장중심의 재난·안전정책의 통합과제와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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