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 / 광고국장
`이 아름다운 푸른섬`은 어느 섬일까? 대한민국에 아름답고 푸른섬은 너무나 많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남한에만 3천153개(무인도 2천700여개)에다 북한에 1천45개 등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 있는 섬은 모두 4천198개에 달한다. 숱한 섬 가운데 아름답고 푸르지 않은 섬이 어디엔들 있을까?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 아름다운 푸른섬`은 특정 섬을 두고 붙인 이름이 아니다. 사람의 이름이다.

어느 날 귀갓길에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의 이름의 주인공인 20대 중반의 청년이라고 밝힌 `이 아름다운 푸른섬`씨의 이름에 담긴 사연을 접하게 됐다.

그의 아버지(기술직 회사원)는 큰 아들을 낳은 후 딸을 낳고 싶어 미리 딸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둘째 역시 아들을 낳자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게 미리 지어둔 딸의 이름을 그대로 정해줬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딸을 기대하며 지어준 이름 덕분(?)에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군대에선 군복 명찰에 두줄의 이름을 새겨야 했으며 관등성명을 댈 때마다 긴 이름을 복창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선임병이 되면서부터는 `이 다섬`으로 줄여 부르도록 했으며 지금도 `이 다섬`은 `이 아름다운 푸른섬`의 약칭이자 애칭이 됐다.

그는 “아버지가 지어주신 아름다운 이름에 나이가 들 수록 더 없는 매력을 느끼며 `이름값`을 하며 살겠다”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약속했다.

최근 방송가에서 막말을 하는 일부 연예인들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방송가에서 막말이 시시비비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연예인, 이른바 요즘 유행어가 된 버라이어티(Variety)를 앞세운 그들로서는 막말이든, 속말이든 인기를 끄는 것이 목적이다. 방송에서 그들만의 언행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면 살아남고 그렇지못하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연예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막말 개그맨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 연예인은 무명시절, 인터넷 방송에서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놓고 `노가다 십장××` `멸치대가리`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국정감사에선 이 연예인을 방송에서 뺄 것을 주문하는 국회의원이 있을 정도였다.

그 연예인으로서는 막말을 통해 그의 이름 석자를 알려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이름값`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대신, 저속한 예명의 그 연예인으로부터 막말을 무차별적으로 접하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제발 이름값을 좀 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육신 박팽년의 17대손 박노협 선생의 유고집 `구름속에 밭을 갈며`에서는 이름값을 하기 위한 부단한 자기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마음을 지키고 입을 지키고 또 몸을 닦아라. 세상살이 안위는 처신에 달렸다. 벗을 택하고 이웃을 택할 때 덕 있는 사람과 친하라. 허영과 탐욕은 결국 목숨을 해치고 바르지 않게 재물을 취하면 도리어 몸을 해친다. 화복은 자신이 직접 구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지 마라.`

선생은 경남 밀양 향촌에서 후학양성과 글쓰기를 통해 후세대들에게 처신의 의미를 특별하게 주문했다. 후손들이 선생의 글을 모아 출간함으로써 세상과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이름이 없다. 극히 일부 출생전에 부모가 이름을 미리 지어놓기도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기가 자신의 이름을 짓지는 못한다.

따라서 부여받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개명을 하고 이름을 바꿀 여건이 안된다면 호를 갖기도 한다.

벗이나 선배들로부터 받는 호 이지만 호는 자신이 다짐하는 삶의 방향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값은 그러나, 부단한 자기관리로써 유지될 수 있거나 높이 매겨질 수 있다. 자기 처신에 한치의 틈이라도 생길지라면 이름, 그 값어치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겨울문턱, 나를 바로 세우는 한설(寒雪)같은 스스로의 매서운 스승이 돼 `이름값`을 하고 `오명(汚名)`을 남기지 않도록 다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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