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아이리스`의 최대 수혜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김승우(40)일 듯하다.

출연 분량이나 육체적인 고생에 비해 엄청난 호응을 얻기 때문이다.

이병헌 등 NSS(국가안전국) 요원들보다 적게 나오고, 북한 호위부 정예 요원이지만 팀장이라 힘든 액션 연기는 김소연 등 다른 배우들이 소화한다.

그는 그저 물기 없는 얼굴로 “움직여!”라고 지시하고, 아주 가끔 총을 쏜다. 하지만 늘 적에게 치명상을 가하고, 작은 움직임으로 큰 울림을 준다. 그런 그의 연기에 누리꾼들은 `카리스마 작렬`, `미친 존재감` 등의 표현을 쓰며 열광한다. 북한 군복과 양복 등 그의 패션도 화제가 된다.

`아이리스`의 소공동 롯데호텔 촬영장에서 그를 만났다. 이곳에는 극중 북한군의 사무실이 차려졌다.

“박철영의 분량이 적잖아요. 병헌이에 비하면 얼마나 적어요. 그런데 임팩트 없이 연기를 했다가는 화면에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겠더라고요. 그래서 대사나 행동에 대해 많이 연구를 했습니다.”

김승우가 맡은 박철영은 북한 엘리트 군인이다. 호위부를 이끄는 유능한 정예 요원이자 적화통일을 꿈꾸는 북한 내 강경파 인사. 영화 `해변의 여인`이나, 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에서 보여준 김승우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이렇게 강한 역은 처음이죠. 안 하던 연기를 하려니 저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대본을 받았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역이었어요. 승부수를 던졌죠. 제작진이 `정말 세련된 북한군을 그리고 싶었다`고 해서 절제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구상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몰라 많이 불안했어요. 촬영장에서는 반응이 좋았지만, 시청자들 눈에 내가 이 역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좋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는 이번 연기를 위해 실제로 귀순한 북한 엘리트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고 그들을 관찰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요. 북한에서 성공한 엘리트는 평양 시내 80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아르마니를 입고 다녀요. 다들 서울 표준말을 쓰고요. 그들은 북한 내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잘 몰라요. 어떤 분은 `북한에 못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귀순해서야 알았다`고도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사람과는 완전히 달라요. 그들을 만난 후 박철영을 표준말을 구사하는 세련된 캐릭터로 만들었죠.”

하지만 실제 현실과 `드라마적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드라마 속에서 북한 사람이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으면 배우가 나태하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난 촬영장에서 유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 장난기가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웃느라 NG가 많이 나는데 그게 또 재미 아니냐”며 웃었다.

“운이 좋을 따름이라고 생각해요. 그럴수록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참 감사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