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평생 가슴에 묻어야 했던 이름 이제서야 간절하게 불러봅니다
억울한 죽음 원혼들 60년만에 위로 받아

`국가가 영혼들 앞에 사죄를 고하니 후손으로 산 지난 세월 아픔들이 손짓하고 있나이다./ 영혼들이여! 얼마나 원통하고 애통하셨나이까!(중략)/ 마지막으로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살았던 이름, 간절히 불러 봅니다./ 아버지! 아버지!

진실·화해 과거사위원회의 조사로 밝혀진 한국전쟁 학살 민간인 64명의 원혼을 달래는 합동위령제(본지 3일자 9면 보도)가 5일 오후 2시 안동시 낙동강변 탈춤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로써 1950년 9월20일부터 12월 사이 북한인민군을 도와 부역한 혐의로 경찰과 군인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수백 명 가운데 일부의 원혼이 60여년 만에 국가의 사과와 위로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안동부역혐의희생자유족회(회장 김원진) 주관으로 진실화해위 김동춘 상임위원과 안동시장, 지역 군부대, 보훈지청장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김휘동 안동시장이 전통제례 방식의 초헌을 시작으로 고유제와 위령제가 진행된 데 이어 기독교, 불교 등 지역 종단 대표들이 차례로 종교의식을 올렸다.

행사 내내 감정을 자제하던 유족들은 진실화해위 이화자 조사관이 사건경과보고를 발표하자 끝내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1년 6개월간의 조사 끝에 역사에 묻힐 뻔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이 조사관은 유족들로부터 눈물의 공로패를 받았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의 국가 공식사과문을 대독한 육군3260부대 이종구 대대장은 “불행한 사건으로 억울한 희생을 당한 영령들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유감의 뜻을 국가를 대신해 전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김동춘 상임위원의 추도사가 이어졌고 김휘동 안동시장은 “이번 위령제를 통해 반세기 동안 편히 눈감지 못한 영령들과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추도했다.

김원진 안동유족회장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원혼들에게 잔을 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만 흘렸다”며 “이번 위령제로 인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일부 회복됐지만 남은 희망은 추모공원이나 위령탑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위령제는 지난해 12월에 진실화해위가 안동지역 부역혐의 희생자 사건을 `육군과 경찰 책임하의 불법집단살해`라고 규정하고 국가와 지자체에 사과와 추모비 설치 등의 후속 조치를 시급히 취할 것을 권고한지 1년 만에 열렸다.

/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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