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오포항제철중 교사·영문학 박사
나름대로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명분하에 설립된 전국 30여 곳의 외국어고등학교(외고)가 지난 대입에서 수능성적 상위 30개교 중에서 26개교나 되고, 수도권 외고 입학생 중에서 84%가 영어 듣기시험, 구술면접 등을 위해서 특목고 전문학원에서 불가피하게 사교육을 받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초·중학생 사교육의 40%가 영어이고, 중학교 성적우수생은 외고에 가게 되고, 그들의 80% 이상은 외국어 계열의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니고, 많은 수가 단지 명문대에 입학해서 법조인이나 심지어는 다수가 의사가 되기도 하는 등, 외고에 관련된 불합리한 결과들이 속출한다.

수월성 교육에 기여하고 글로벌인재를 육성한다는 본래의 설립취지를 무색하게 한지는 오래다. 수도권의 대부분의 명문 외고가 사립이어서 그런지 외고 준비 사설학원과의 유착관계, 과열경쟁, 과다홍보. 파행적인 학사운영 등 외고 입시를 둘러싼 난맥상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망국병인 사교육을 없애고 공교육을 강화해 교육 개혁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안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사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외고 폐지 문제와 고교혁신방안이 이제 교육계의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첫째, 외고뿐만 아니라 과학고, 전문계고,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자립형 사립고 등 새 정부 들어 너무나 복잡해진 고교 유형을 단순화하는 방안과 일반계고나 전문계고 모두의 교육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지나친 사교육으로 인해 당사자의 부담은 물론이고 계층 간, 지역 간 위화감이 조성되고, 외고 등 특목고 준비로 인해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으로 학생들을 내몰고 있어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어, 고입제도의 개혁이 절실하다.

셋째, 외고 입시 설명회 등을 통해 많은 학부모들을 동원해 학교를 홍보하고 우수학생을 유치하려는 지나친 과열 경쟁으로 조기에 학생들을 입시경쟁으로 내몰아 중학교, 혹은 그 이전부터 각급 학교의 균형 잡힌 학사운영의 틀을 깨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넷째, 그동안 문제유출, 학원과의 유착관계 등으로 외고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았지만, 아직도 많은 외고들이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대대적인 학교 홍보를 하고 있으며, 파행적인 학사운영, 입시학원과 영합하는 입시전략 등을 펴고 있어, 이러한 공교육 활성화에 역행하는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

다섯째, 외고가 폐지돼도 사교육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과,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도 외고를 보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도록 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여섯째, 정부당국은 수월성 교육이라는 명분하에 더 이상 귀족학교, 사교육을 조장하는 학교, 학사운영이 파행적으로 이뤄지는 학교, 설립취지가 빗나간 학교, 명문대 입시만을 위한 학교, 5~10년 내에 소위, `외고 파워엘리트그룹`을 형성 할 것이라는 학교 등, 갖가지 이름을 달게 된 외고의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외고 입시의 사회적 난맥상, 특색 없는 많은 고교의 난립 등에 대한 개혁 없이는 더 이상의 교육개혁도, 사교육 없는 공교육 활성화도, 설립취지가 분명한 다양한 고교운영도, 다양한 재능과 소질을 겸비한 학생 선발의 시험대가 될 대학입학사정관제도 모두 허사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학교교육의 목적과 설립취지, 학교 급별 교육과정의 명확화, 일반계고와 전문계고의 영어, 수학 등 기본 학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는 또다시 고교등급제,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하여 대학입시의 불신을 가져오게 되고,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개혁, 외고가 지금 그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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