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촉발한 `세종시` 문제가 18대 국회의 중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정작 대구와 경북지역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대구와 경북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친이명박계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박근혜계의 본성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

오히려 공성진 최고위원과 정두언 의원 등 수도권 친이계와 이성헌 의원 등 수도권 친박계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18대 국회 들어 한나라당 내의 각종 당권싸움에서 그 중심이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박 전 대표의 발언대로 세종시가 원안대로 건설된다면 대구와 경북에 이로운 것은 사실이다.

“수도권에만 몰려 있던 각종 정부기관들이 지역과 가까운 충청도에 있다는 것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역 관계자의 이야기처럼 지역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27명에 달하는 지역 의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대구를 지역구로 하는 한 친박 의원은 “사실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을 바탕으로 당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싸움에 나설 수도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오히려 지방에 적을 두고 있는 친박이 나선다면, 당내 경쟁구도로 비춰질 수도 있고 이는 박 전 대표의 뜻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 역시, “정몽준 대표 체제 이후,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 만들기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지금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며 “더군다나 우리 지역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애둘렀다.

경북 지역의 한 친이 의원도 “지금 당론도 결정되지 않았을 뿐더러, 솔직히 세종시 문제는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친이 의원들의 모임에서 이야기는 나오겠지만, 선뜻 찬성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사실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된다면 지역에는 좋은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에 대구와 경북 의원들까지 끼어, 당권 싸움으로 비춰질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지역 의원들의 의중은 5일부터 치러지는 대정부 질문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한성 의원실의 관계자는 “의원님의 질문 분야가 정치분야지만, 우리는 세종시와 같은 현안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감한 사안은 대부분 피해간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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