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차 가수 이수영
`내 이름 부르지마`로 변신

이수영(본명 이지연·30)은 최근 발표한 9집 `대즐(Dazzle)`의 음악이 따뜻해진 건 친구 박경림 부부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평안한 가족을 가까이서 지속적으로 지켜본 게 처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경림의 아들 민준이는 `비타민`이 돼줬다.

듣고보니 이수영은 8집 인터뷰 때보다 한층 여유가 있어 보였다. 당시 우울증을 토로하며 영혼을 담아 노래하는 게 힘들다고 했던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친정집처럼 경림이 집에 자주 가 있었어요. 제가 가정 환경이 불안정했던 사람인지라 `안정적이고 올바른 가정의 모습이 저런 것이구나`라고 경림이 가족을 통해 느꼈죠. 학습 효과 덕택인지, 목소리도 편안해졌어요. 9집 녹음 때도 음악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지 않았고요.”

친구 박경림 가족 지켜보며 평온 찾아

우울증도 극복… 즐기면서 음반 작업

“오래 노래하려면 인기에 연연 말아야”

심적인 변화는 음반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아이 빌리브(I Believe)`, `휠릴리`, `덩그라니` 등 가슴 절절한 노래로 사랑받은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는 데뷔 10주년이 된 만큼 이제는 처절한 음악은 그만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조규만이라는 새 프로듀서와 손잡았다.

“살기도 힘든데 노래도 `징징` 짜면 울 일만 생기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따순` 느낌이 좋아 그런 노래에 귀 기울여지더군요. 제 음악도 이제는 여유가 생기면 좋겠고, 사람들을 감싸주고 토닥여주고 싶었어요.”

타이틀곡 `내 이름 부르지마`는 이수영의 1집에 `나무`라는 곡을 줬던 조규만의 작품이다. 복고적인 멜로디에 세련된 사운드를 가미해 슬프지만 밝은 느낌이다. 지난 8집과 미니 음반 `원스(Once)`의 성적이 아쉬웠기에 고심 끝에 내놓은 곡일 듯했다.

“2006년 7집까지는 음반이 좀 팔리던 시절이었죠. 제가 2007년 8집을 냈을 때 원더걸스의 `텔 미`가 터지며 그후 발라드곡들이 잘 안됐어요. 하지만, 음반 성적을 떠나 지난 3년간은 소속사 문제 등으로 마음고생을 하며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죠. 매일같이 `내일은 살아있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 시기를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보다 더 힘들고 슬픈 시기로 기억했다. “우울증을 잘 겪어낸지라 죽지 않았지 당시 상황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새 둥지를 찾아 `원스`를 내며 삶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음반은 소속사가 `가수는 노래를 해야 한다`며 저를 살리려고 낸 음반이에요. 무대에 서자는 의미로 낸 거죠. 인터넷에서 `이수영은 한물갔다, 끝났다`는 댓글도 봤어요.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정점에 머물 수는 없죠. 서서히 내려오는 게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이제는 `한방`에 잃을지도 모르는 인기에 연연하는 게 부질없단 걸 안거죠.”

그랬기에 그는 9집 작업 때 음악에 매달리기보다 “멍 때렸다”고 했다. 거리감을 두고 작업을 즐겼다는 얘기다. 그간 메모한 글을 활용해 작사하면서도 자신의 얘기를 배제하고, 내 일도 남의 얘기처럼 쓰려고 했다. 굳이 자신의 경험을 아픈 느낌으로 담은 곡을 꼽으라면 `파이브 오브 소즈(Five Of Swords)`다.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그에게 `가수 하길 잘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질문에 3년간 고민했다”며 “가수를 안 했으면 유치원 선생님이 돼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세탁기를 타면서 살았을 것이다. 다시 무대에 서며 `내가 가수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큰 불덩이가 내 평생을 짓눌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팬들은 그에게 상을 줬다. 10년간 수많은 풍파 속에서 가수의 자리를 잃지 않고 노래해 준 가수 이수영에게 고맙다는 내용이 적힌 트로피였다.

“인기는 꼭 한번 필요해요. 하지만, 오래 노래하려면 있든 없든 연연하면 안 되죠. 이 자리는 제가 아니라 팬들이 마련해준 자리잖아요. 사람들이 멍석을 빼면 저도 떠나야 하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