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 따뜻한 클래식 음악을 전하고 싶습니다”

“요즘 잘 나가는 남성 중창단 보헤미안 오퍼 싱어즈를 아십니까?”

최근 2년 동안 KBS 열린음악회에 3번이나 출연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식 연주단체가 바로 보헤미안 오퍼 싱어즈다. 퍼스트와 세컨 테너 각각 3명, 바리톤 2명, 베이스 3명으로 이뤄진 남성 11인조 중창단으로, 세계 여러곳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솔리스트와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멤버로 구성돼 있다. 흔치 않은 민간 클래식 연주단체인 `보헤미안 오퍼 싱어즈`를 이끄는 사람이 바로 대구 출신의 강도연 단장(36)이다. `보헤미안 오퍼 싱어즈`란 단체명은 형식이나 인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분방한 연주활동을 하는 음악인이란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강 단장은 현재 중앙대 음대에 출강(오페라 코치)을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클래식계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강도연 단장을 만나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클래식 연주단체를 꾸리게 된 계기와 활동,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민간 클래식 음악단체 `보헤미안 오퍼 싱어즈` 창단

일반 시민위한 연주 기획… KBS 열린 음악회 출연

음악의 기쁨 나누는 아름다운 단체로 자리매김 목표

-어린 시절의 꿈이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대구시 수성구 상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2남1녀 가운데 막내딸로 자랐죠. 성악은 중학교 3학년 때 부터 시작했습니다. 훌륭한 성악가의 꿈을 키웠지요. 또 피아노도 꾸준히 쳤구요. 대구예술대와 계명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지난 200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성악과 피아노 과정을 동시에 수료했습니다. 국내에 돌아와서 오페라 클래스 반주자를 역임하면서 어느 순간 성악가의 길보다는 멋진 오페라 공연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오페라단장이 되는 게 새로운 꿈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 클래식을 유달리 좋아하셨던 부모님과 함께 자주 오페라를 봤던 게 어느새 제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 같아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보헤미안 오퍼 싱어즈란 단체를 꾸리게 됐습니다.

-오페라 공연에도 출연했다고 들었습니다.

▲오페라 출연은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난 직후 대전 성곡오페라단과 대전시향 및 합창단이 함께 한 `라트라비아타`공연때 서산, 천안, 대전엑스포 순회공연을 한 적이 있고, 계명오페라단에서 `돈 까를로`오페라를 할 때 서울, 광주, 부산, 대구 순회공연에 출연한 경력이 있습니다.

-민간 클래식 연주단체를 꾸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대학에 강의를 나가도 생활이 어려운 게 클래식계의 현실입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무척 곤궁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번은 겨울에 성악하는 분 집에 놀러갔는 데, 기름보일러에 불을 때지 않고 있어 춥다고 하자 전기장판위로 올라오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도 왜 보일러를 안 트나 하고 언뜻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몇번 하고나자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음악가들을 모아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고, 또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는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사회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클래식 음악단체를 만들자”고 생각해 수년간의 준비끝에 지난 2008년 3월 창단하게 됐습니다.

-운영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꾸리고 있습니까.

▲지방자치단체나 클래식에 관심있는 기업들을 찾아 일반 시민들을 위한 연주회나 산업전선의 현장에서 연주회를 기획했습니다. 연주단체 홍보를 위해 TV출연 기회를 잡는 데도 힘을 썼구요.

그 결과 KBS 열린 음악회에 3번이나 출연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웃음) 방송국에서도 처음에는 “한번 해 보자”는 정도였으나, 건장한 남성 11명이 나오는 앙상블 공연이란 게 중후한 멋과 화려한 맛이 함께 있기 때문에 관중들의 반응이나 시청자들의 반응도 매우 뜨겁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반응이 좋다”며 자주 나와달라는 입장이어서 기쁘고 감사할 뿐입니다.

-민간 클래식 연주단체이니 만큼 연주를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할텐데

▲그동안 연주를 통해 단원들에게는 돈도 많이 벌게 해줬습니다.(웃음) 주로 경기도 지방자치단체 문화계 담당하시는 분들을 만나 음악회 스케줄을 잡는 것이 제가 하는 주요 업무인 데, 무척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지난 번에는 음악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4천만원을 장애인 단체에 기증을 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공연을 위해서는 연습도 많이 해야 할 텐데, 어느 정도 연습을 합니까.

▲연습을 무척 많이 하는 편입니다. 특히`동양의 파바로티`란 별명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테너 신동호 중앙대 교수님을 `보헤미안 오퍼 싱어즈` 음악감독이자 지휘자로 모셨는 데, 신 교수님의 열정적인 감독아래 일주일에 2번, 8시간씩 스파르타식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 페러토리를 많아야 좋은 공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모두들 열심입니다.

-단원선발은 어떻게 합니까.

▲성악가들의 연주회를 직접 가보고, 선발합니다. 지금은 연주회도 많고, 개런티도 적지 않다는 게 알려져서 서로 들어오려고 하죠.(웃음) 다만 단체에 들어오면 연습도 8시간씩 강행군을 해야하니까 각오는 단단히 해야합니다.

-연주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을 텐데.

▲얼마전 경기도 지역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그외 지역의 명사들을 초청한 모임에서 공연을 했는 데, 그 자리에는 잘 알려진 트로트 가수 한분이 초청돼 있었습니다.

저희 공연이 행사 순서상 먼저 있었는 데, 공연후 기립박수와 열렬한 앵콜 요청이 계속돼 2곡이나 더 부른 뒤에야 공연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뒤 순서로 공연하는 가수분이 기가 죽을 정도였죠. 한 참석자는 “클래식이 가요보다도 더 흥겹고 좋은 줄은 몰랐다”고 칭찬해 모두들 큰 보람을 느꼈기도 했습니다.

-후원회도 구성돼 있던 데, 어떤 분들이 돕고 계시는 지요.

▲주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후원회장은 차응선 명성 태양광 회장님이 맡아 주셨고, 고문에는 4선의원이자 한나라당 상임고문이신 김동욱 전 의원이 맡아서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주단체를 운영하면서 보람이 있다면.

▲연주후에 “공연이 좋았다”고 앵콜공연이 들어올 때가 가장 기쁩니다. 벌써 수차례의 앵콜 공연을 해 오고 있지만, 최근에는 어렵게 공연을 하고 나면 그런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청에서도 지난 5월 금요음악회에 출연했는 데, 앵콜공연 요청이 들어와 11월중 공연할 예정입니다. 이런 때야 말로 단장으로서 가장 기쁘고 보람있는 일입니다.

-향후 공연계획을 소개 해주시죠.

▲현재로서는 이달 27일 천안 시민회관에서 `천원의 콘서트`, 28일에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이 예정돼 있고, 오는 12월27일 연말에는 코엑스 오디토리움 1100석에서 디너쇼를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보헤미안 오퍼 싱어즈`의 비전이 있다면.

▲이제까지 올림픽 체조경기장 연주와 KBS열린 음악회 출연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는 해외연주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생각입니다. 또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접하기 어려운 섬이나 장애인 단체 등에도 개런티에 구애없이 자주 가서 음악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음악봉사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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