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락 포항 장성요양병원장

인간의 마음은 강물과 같아서 계속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개개인에 따라 흐르는 방향은 제각각이다. 사람의 마음은 정서적 안정 정도, 외향성 여부와 우호성 그리고 성실성의 과부족,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느 정도로 개방적이냐에 따라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지게 된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가졌지만 노년기라는 인생의 새로운 문턱으로 들어가는 것은 환절기에 독감 걸릴 때와 같이 매우 힘들다. 점차로 젊음은 사라져 가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숙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권위가 약해지고 질병을 갖으며 생활 범위도 가정이나 친족으로 좁아지면서, 책임과 역할 등을 중년시대에 넘겨준다.

이때 권위를 주장하면 추종자나 측근이 없어지고 세대 간의 연결은 무너진다. 그들이 일생을 통해 바쳐왔던 권력, 금력, 지위, 명성은 그 의미가 약해지고, 점차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리게 된다.

그래서 노인들은 자신이 누구이고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뒤 돌아 보면서 자기 인생을 정리해 보게 된다. 이를 레비슨은 `다리위에서 바라보기`(ONE`S VIEW FROM THE BRIDGE)라고 표현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고,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버릴(포기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성격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심한 병을 앓는다든지, 사업의 성패에 대한 고민, 자식농사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생의 괴롭고 힘든 일을 겪으면서 조금씩 변해 간다. 일반적으로 노년기에는 ▲쉽게 우울해 지고, ▲기운이 떨어져 조용히 혼자 집에 있는 내향적 수동적 성격으로 변한다. ▲변화를 싫어하고 융통성이 없다. ▲조심성이 증가하고 ▲자기가 평소에 사용하던 물건에 애착이 강하다. ▲의존성이 강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그리고 모범이 될 만한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또는 자식을 잘 키워서 가문에 영광이 있기를 바라는, 즉 정신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한다.

이러한 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새로운 동기와 가치를 추구하면서 인생을 또 다른 각도에서 보려 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여 노년기에는 새로이 형성된 삶의 목표를 가지고 인생의 유한성을 절감하면서 죽음이 우리 앞에 있음을 받아드리게 된다. 이 시기에는 모든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고, 그것에서 부터 완성을 향하면서 만족감을 찾으려고 애쓴다.

즉, 자기의 인생을 받아드리고 그 나름으로 만족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노인이 되어 불행해 지면 성공적인 삶으로 마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며, 늙어서 죽음 앞에서 까지도 잃어버렸던 것을 대신할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죽음은 준비를 잘 하면 좋은 죽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