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신 / 문화중고 총동창회장·객원 논설위원
인류는 바퀴를 만들어 쓰는 데 수만 년이 걸렸다.

다시 바퀴에 동력을 얹는데 5천 년쯤이 더 걸렸다. 드디어는 철도가 등장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과 짐을 실어 날랐는데 초기는 10km쯤의 속력을 내었지만 100년이 걸리지 않아 200~300km씩 달리는 데 성공했다.

빨리 가고 싶은 인류의 욕망이 첨단과학기술을 만나 지금처럼 꽃 피웠다. 이제 KTX는 한반도를 달리기에는 너무나 좁아 고향 역도 한 두 시간 밖에 있다. 사회가 크게 발전하려면 사람을 만나고 이어주는 교통과 정보, IT를 아우르는 통신이다. 물류가 물 흐르듯 3통(通)개념이 성공해야 한다.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중국의 도로는 한낮에도 수레바퀴 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감탄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조선 역시 도로를 정비하고 수레를 사용해야 물산의 유통을 촉진하고 유통은 다시 생산을 자극해 결과적으론 백성이 가난을 벗고 생활이 윤택해질 것으로 여기 `도로와 수레`는 박제가 경제학의 상징이 됐다.

한국 고속도로 3000km

우리 역시 박제가가 간절히 바랐던 세상이 완성되긴 했다. 그렇지만 도로와 철로 만든 차(수레)는 인간 생활에는 최상의 유통도구가 되었지만 생명에 대한 배려나 공존에 대한 생각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지난 2007년 3천km 시대를 열었다. 굳이 따지자면 세계 11번째 국가다. 1964년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의 손을 꼭 잡은`에르하르트` 총리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내다보듯 일곱 가지를 조언 했다고 한다.

첫째가 한국은 산이 많더라. 산이 많으면 경제개발이 어려우니 고속도로를 만들라고 당부하고 다음날 히틀러가 깔은 저 유명한 아우토반을 둘러봤다.

고속도로를 만들게 되면 차가 필요하고 차를 만들려면 철이 필요하다는 것. 독일총리의 조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박 대통령은 귀국 후 3~4년을 준비, 고속도로와 제철소, 정유공장건설 등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내놨다.

1967년 대선 공약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내놓자 그해 1인당 국민소득 142달러 국가에서 무슨 고속도로를 건설이냐는 비난이 국내외에서 쏟아졌지만 1968년 서울~수원구간이 가장 먼저 개통이 됐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현재 25개 노선 3천100km다.

중국의 칭짱 철도

2006년 7월 1일 개통된 북경과 티베트 고원지대를 연결하는 칭짱(靑藏)철도는 무려 4천64km에 이르러 48시간을 달려야 종착역 `라싸`에 도착할 수 있다. 칭짱 철도를 타고 가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탕구라`역과 평균 해발고도가 4천500m에 달하는 탕구라 산을 통과해야 한다. 티베트를 자국의 일부로 만들려는 중국지도층의 야망이 실현된 이 공사에는 연인원 10만여 명, 42억 달러를 들여 5년 만에 최대 난공사 구간이었던 청해(靑海)성 `거얼무`에서 티베트 자치구 수도 `라싸`까지 1천142km 구간에 철도를 깔아 금단의 땅으로 불리던 이곳을 쉽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철도만 발전시킨 것이 아니다. 도로 역시 중국을 바둑판식으로 연결시켜 고속도로 길이는 4만km나 된다. 아시아에서는 단연 1위이고 미국(7만 5천km) 다음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자동차가 다니면서 길은 오직 사람만의 것이 됐다. 찻길로 인한 분할은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의 삶을 찢어버리는 폭력이 되고 만다. 더 가혹한 문제는 산업사회의 끝없는 발전으로 인해 이 분할은 멈추지 않고 커질 것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일어난 로드 킬(동물 찻길 사고)은 2천200여 건. 이런 건수에는 우리가 흔히 보아 넘기는 작은 생명이 풀잎처럼 나뒹구는 현장은 거의 잡혔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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