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유치하는 대신, 돈 잔치(?)를 벌여주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사실상 공염불이 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키로 했었던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물론, 이를 유치하기 위해 움직임을 보이던 소수의 자자체 역시 겉으로 드러난 활동을 벌이고 있지 못하다.

정부는 지난 2007년 경주에 55개 사업 3조4천350억 원(국비 2조5천109억, 지방비3천627억, 기타 5천614억)에 이르는 시행사업을 실시키로 하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5조 및 제6조 등을 국회에서 제정하는 등 지원근거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이 지난 13일 낸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비예산 2조9천357억 원 중 올해까지 확보한 예산은 3천464억 원(11.8%)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시행되고 있는 사업조차도 관광지 발굴 복원사업이나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정부예산안에는 55개 사업 중 21개 사업의 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800억 원을 들일 예정인 첨단 신라문화 체험단지 조성은 손도 못대고 있으며 380억 원을 투입하는 전통돗자리 전승공방마을 조성과 문무대왕릉 조성사업은 추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그럭저럭 반영되던 예산이, 올해부터는 거의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절반이상 사업이 내년도 예산배정서 `소외`

무소속 대신 한나라 입당이 현안해결 대안

▲ 경주, 무엇이 문제?

그렇다면 경주에 대한 지원사업이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태환 의원은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이 9개 부처(청)에서 개별적으로 일반회계를 통해 추진되고 있는 데다 중앙부처의 일반 예산 편성이 탑다운(총액배분 자율편성)방식으로 편성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었다.

이를 풀이하면, 예산을 관리하는 부처가 많아 이견이 많고 또 과거처럼 수천개의 세부사업들을 모아 정부 지출체계를 짜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전략적으로 분야별 지출규모를 정하고 이 범위내서 세부사업들을 조정해 나가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18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11월 예산심의 시즌이 돌아오면, 사실상 지역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으로 인해 여당, 야당 구분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예산 확보에 유리한 상임위원회 배정을 위해 로비를 하기도 하며 중진 의원들과의 만남을 자주 갖기도 한다. 만약 지역구 의원이 `넋놓고 있다`가는 지역 예산을 한 푼도 배정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주 방폐장 지원사업을 위한 가장 좋은 상임위원회는 지식경제위원회나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인 셈이다.

지역의 한 의원은 “경주에 대한 지원사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에는 무소속인 정수성 의원의 상임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2010년 상임위 배정에 관련 상임위로 들어가지 못하면 경주는 공중에 뜰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물론 정수성 의원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 의원은 “다음번 상임위 배정에서 충분히 경주를 위한 상임위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예산전쟁… 정수성 의원의 갈 길

하지만 정 의원이 2010년 상임위 배분에서 노른자위로 통하는 지경위나 문광위, 또는 국토위에 배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정 의원이 행정안전위원회에 들어가기 전에도 문광위에 자리는 있었다”며 “하지만 정종복 전 의원을 떨어뜨린 데 대한 반감으로 경주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안위에 배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기 상임위는 경쟁률이 3대1을 웃도는 상황이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 소수야당에서는 인기상임위에 자당 의원을 한 명이라도 들여놓기 위해 국회 보이콧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 현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인 정 의원이 경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유일하게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한나라당으로의 입당이다. 이는 정 의원의 선거 공약이었으며 일종의 정치생명을 건 줄다리기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 의원의 입당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정 의원이 친박근혜계를 표방하며 선거에 나섰지만, 사실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금 당장 그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즉, 지난 친박연대나 친박무소속연대 의원들을 복당시키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국회 과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지난 17대 국회처럼 한 석의 의석이 아까운 상황도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정수성 의원이 임기동안 가져야 할 일종의 딜레마인 셈이다.

지역의 한 의원은 “정수성 의원이 해결해야 할 것은 정해져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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