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비밀회동설`·`세종시 언급`에 들썩
`李·朴 힘 여전하네`

대구와 경북지역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올해 국정감사의 막바지에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부의장은 북한 고위층과의 접촉설로, 박 전 대표는 세종시 관련 발언으로 언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그 영향력을 실감한 것.

박 전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추진 논란과 관련,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이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다”고 원안 고수 입장을 명확히 밝혀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상득 전 부의장

北 김양건과 정상회담 논의

강한 부인에도 접촉설 모락

물론,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경선이 열린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박 전 대표는 “행복도시법 통과 때, 저는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당이 분열 직전까지 갔다. 그렇게 어렵게 통과된 행복도시, 제대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날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예상보다 큰 강도로 정치권을 강타했다. 여권에서 급속히 확산되던 세종시 수정안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수정 지지자들은 물론 강력한 대권후보 경쟁자인 정운찬 총리와 멀리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세종시는 대통령 선거 시 명확하게 약속한 공약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다. 더욱이 박 전 대표는 이전 대상인 9부2처2청을 줄이는 수정안에 대해서도 “원안대로 하고, 필요하다면 플러스알파가 돼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박근혜 전 대표

`세종시 원안 고수`를 강조

여권 역학구도 변화 파장

당장 여권 내 친이계는 예상보다 센 박 전 대표의 일격에 당혹해하면서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일단 “박 전 대표가 한 말은 한나라당의 기본 당론”이라고 짧게 말했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이 가져올 파장은 여권 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결국, 박 전 대표의 `한 마디 정치`가 또 한 번 여당을 뒤흔든 셈이다.

박 전 대표의 딜레마와는 달리,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북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과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비밀회동을 한 남측 인사로 세간의 화제를 받았다.

지난 21일 한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극비회동했다”다고 보도된 것.

즉, 지난 15일 베이징을 방문한 김양건 부장이 20일 이상득 의원을 만난 뒤 싱가포르로 넘어가 22일 남측의 고위 관계자와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득 전 부의장은 “보도는 오해이고 사실무근”이라며 “김양건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따라서 이상득-김양건 회동설은 이상득 의원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가라앉았지만 김양건 부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사실이 여전한 의문으로 남으며 접촉설에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현재는 김양건 부장 등을 만난 여당 의원은 3선의 ㅇ 의원이나 ㅈ 의원, 서울시 출신의 초선 ㅇ 의원, 국정원 출신의 초선 ㅇ 의원 등 친이계 의원 중 한 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

결국 “2선 후퇴”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굴레는 이 전 부의장으로 하여금 현실 정치에서 동떨어질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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