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크쇼 독설 `빨간불`

토크쇼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계치에 도달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MBC `세바퀴`와 SBS `강심장`, `스타부부쇼 자기야`,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등 집단 토크 체제가 유행을 타면서 연예인들의 입담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또 SBS `절친노트`처럼 상대적으로 소수가 출연하지만 발언 수위가 센 프로그램도 있다.

연예인들은 저마다 제한된 시간 내 같은 자리에서 다른 출연자보다 돋보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흥미롭거나 강력한 발언을 하려 머리를 짜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창피를 주는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고, 듣기에 민망한 이야기들도 선정적으로 포장돼 나돌고 있다.

“누가 더 독한 얘기를 하나”

`강심장`은 아예 `토크 배틀`이라는 형식을 내세우고 있다. 연예인들이 저마다 자신의 경험을 내세워 `누가누가 더 독한 얘기를 하나` 대결을 펼친다. 물론 눈시울을 붉히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대개는 본인, 혹은 남이 창피를 당했거나 곤란을 겪었던 이야기들이 봇물 터진 듯 쏟아져나온다.

그룹 카라의 니콜이 “점심 약속을 했던 남자 연예인을 같은 팀 멤버 구하라에게 빼앗겼다”고 말한 것 역시 뭔가를 폭로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나온 발언인데, 이제 이런 수위의 발언은 넘쳐난다.

`무책임한 발언`도 이어진다. 탤런트 서유정이 “지금까지 2명의 연예인과 사귀었는데 지금 1명은 국내 톱 배우다. 너무 유명하다. 나랑 헤어지고 나니 바로 다 치고 올라가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는데, 이런 식의 발언은 실체는 확인할 길이 없고 궁금증만을 유발하는 선정적인 발언의 전형이다.

`절친노트`는 말 그대로 친구지간인 연예인들이 출연하지만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주고받는 코너에서는 자칫 감정을 상하기 쉬운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친구 사이지만 `그렇게 치사하게 굴거야?`, `그렇게 살지 마` 등의 말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빈번하게 오가며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만든다.

폭로전은 아이들이 나오는 `스타주니어쇼 붕어빵`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부모자식간의 이야기라 상대적으로 덜 `폭력적`으로 보이지만 출연자들이 서로의 폭로전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탤런트 이광기가 사춘기 딸의 지적에 수세에 몰리자 “너 무좀 있잖아!”라고 폭로하는 상황 등은 뒷맛을 씁쓸하게 했다. 그의 발언은 현장에서 다른 출연진에게도 비난을 받았다.

“남을 깎아내려라”

`세바퀴`에서 조혜련이 “남자 연예인 3명에게 대시를 받았다”고 하자 이경실이 곧바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개그맨들끼리 웃자고 하는 코믹한 연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경실을 비롯해 다른 출연진이 조혜련에게 그중 한 명의 이름을 대라고 몰아붙였고, 조혜련이 상기된 표정으로 주저하며 3명 중 한 동료 개그맨의 이름을 대자 이경실이 바로 현장에서 그 개그맨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상대를 깎아내리며 웃음을 주겠다는 단적인 에피소드다.

이나 방송 직후 `세바퀴`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경실 너무 지나치네요. 우스개로 되받아쳤으면 됐지, 굳이 전화로 확인할 필요까지야. 너무 하네요”(cola0606) 등 이경실의 행동에 불쾌감을 토로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솔비가 한참 손위인 낸시랭에게 “저분 좀 조용히 하게 하라”고 하거나, 김구라가 출연진에게 “당신은 가만 좀 있어라”며 면박을 주는 모습은 예의 실종의 전형이다.

“침실 이야기도 모두 꺼내라”

조혜련은 “남편과 서로 대화가 안 됐다. 거의 끝을 낼 뻔한 것이 불과 8일 전”이라는 이야기도 했고, 조영구의 아내 신재은은 “남편이 잘 때 팬티만 입고 자는데, 자는 걸 보면 몸에 탄력이 하나도 없다. 남자로 안 느껴진 적도 있다”는 말도 했다.

이제는 부부끼리의 은밀한 사생활도 자연스럽게 토크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만큼 개방적인 사회가 됐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토크쇼에서 그런 얘기까지 다 까발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한 배우는 “솔직히 토크쇼에 나가려면 겁이 난다. 오늘은 어떤 독한 얘기를 해야하나 부담되고 괴롭다”며 “작품 홍보를 위해서는 출연해야하는데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예인은 “솔직히 토크쇼에 나가기전 동료와 주고받을 발언에 대해 짰다. 그렇지 않으면 녹화 끝나고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연예인들도 부담스러워하는 폭로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또한 그 웃음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