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10.4선언 이행“ 내세워..”기회는 영원하지 않다“ 주장하기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간 비밀탐색전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부터 북한은 지난 8월 이래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긴요성과 당위성, 시급성을 강조해왔지만 최근 이러한 주장의 글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에 파견한 특사조의방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고 ”남측 당국과 북과 남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데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을 남북관계를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로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남북 당국간 대화와 협력, 교류를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매체는 ”기회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법“, ”민족을 위해 다시 찾아온 소중한 기회“ 등의 말을 써가며 짐짓 자신들은 아쉬울 것이 없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조급성을 감추며 남한 정부를 압박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모색하는 남북 당국간 접촉설이 남한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것과 공교롭게도 때를 맞춰 22일 ‘북남선언 이행을 추동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북남 사이에 여러 갈래의 대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북한은 이러한 남북관계 진전이 자신들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22일자 노동신문은 북한이 최근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를 바로잡고 민족의 단합과 협력, 통일을 추동하기 위한 일련의 대범한 조치들을 취했다“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과 공동보도문 합의, 추석 이산가족 상봉,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특사조의방문단 파견 등을 열거했다.

 통일신보 지난 3일 ‘화해와 협력의 길에서 이룩된 성과’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북관계가 ”지난 1년반 동안 불신과 대결의 악화일로“를 걷다가 ”다시 협력의 궤도에 들어서고 금강산에서의 뜻깊은 가족, 친척 상봉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숭고한 뜻과 의지가 낳은 사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중 하나는 22일자 노동신문이 ”우리의 모든 노력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데로 지향되고 있다“고 강조한 데서 드러난다.

 두 선언의 이행엔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남한의 대북 경제지원.협력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 등이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추석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두 선언을 이행하는 차원의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비롯해 최근 남북 당국간 대화와 협력을 말할 때는 반드시 두 선언의 이행과 연관시켜 말하고 있다.

 남북 당국간 대화의 조건으로 남한 정부가 핵폐기를 필수 의제로 제시하는 데 대해 북한은 두 선언의 이행을 대항 의제로 내놓고 있으며, 앞으로 남북간 정상회담이 논의되는 과정에서도 계속 이러한 양태가 되풀이될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북한 입장을 비공식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례적으로 23일 ‘조선의 언론들이 북남관계의 개선을 촉구’라는 제목과 ‘협력, 교류의 분위기 이어나가자’라는 부제로 노동신문, 민주조선 등 북한 매체들의 이같은 대남논조를 종합해 보도했다.

 신문은 ”조선의 국내 언론들이 북남 선언들에 따라 민족적 화해와 단합, 협력과 교류를 활성시켜 나갈 것을 호소하는 논조를 펴고 있다“며 ”노동신문, 민주조선을 비롯한 신문들은 최근시기 북남사이에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가 마련되어 가고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북남관계의 개선을 촉구하는 논설, 논평을 연일 게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북한 언론들이 추석 이산가족 상봉의 성과를 토대로 ”금강산, 개성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업지구를 활성화하는 등 협력, 교류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특히 ”주목되는것은 교류, 협력문제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관광사업 등 기존의 사업뿐 만아니라 민족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새로운 사업들도 적극 벌여나갈데 대하여 호소하고 있는 점“이라고 밝혔다.

 조선신보는 ”국면전환에 대한 북측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북한 매체들의 ”일련의 논조에는 북남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현실이 반영“되어 있고 ”남조선 당국이 낡은 대결관념을 버릴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