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 /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우리는 가정의 소중함을 알면서 어떤 가정을 만들어야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가정은 단지 가족이 모여 사는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함께 살아도 너무나 먼 타인이 있다. 즉 함께 하는 마음이 없다면 불행한 가정이다. 가정은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가족은 자아분화가 분명해야 한다. 그것은 가족 구성원 각자 서로 지키고 아끼면서 서로를 존중히 여길 때 삶의 원동력을 얻게 된다.

명심보감 부행편 익지서에 여자가 지녀야 할 4가지 덕을 말한다. 女有四德之譽(여유사덕지예)하니, 一曰婦德(일왈부덕)이요, 二曰婦容(이왈부용)이요 三曰婦言(삼왈부언)이요, 四曰婦工也(사왈부공야)니라. 즉 여자에게는 네 가지 덕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첫째, 부덕은 절개가 곧으며 분수를 지키고 몸가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것을 말하고 둘째, 부용은 몸과 마음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하며 셋째, 부언은 말은 가려서 하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말을 하며, 넷째, 부공은 길쌈을 부지런히 하여 맛을 잘 갖추어서 손님을 잘 접대하는 것을 일컫는다. 남녀가 결혼한다고 저절로 행복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네 가지의 씨”를 잘 심어야 한다.

첫째, `맵씨`다. 값비싼 화장품으로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맵씨 있게 단장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밖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면서 자식이나 아내에게 야박한 남편의 모습은 맵씨 있는 자세가 아니다. 부부는 아주 가까운 존재이고 편한 존재이지만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해서는 안 된다. 가까운 가족이기에 더욱 예의를 지켜야 한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서로를 존중할 때, 행복한 가정의 문은 열린다.

둘째는, `솜씨`다. 솜씨는 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재주를 말한다. 음식 솜씨, 다름질 솜씨, 바느질 솜씨, 글 솜씨 등이 좋아야 사랑받는다.

셋째는, `말씨`다. 가정은 재충전의 장소다. 밖에 나가서 지친 가족들이 가정에 돌아와서 쉼을 얻는 곳이다. 무엇보다 가정은 따뜻한 기온이 넘쳐야 한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식구들끼리 사랑의 대화가 가득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언제 집을 나가고 싶었습니까? 라는 설문조사에서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부모님이 싸우실 때, 집이 너무 가난해서,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 모양이냐”라고 말할 때, 옆집 아이와 비교할 때 “나가 죽어라”라고 말할 때라고 한다.

반면 부모님이 좋을 때는 언제입니까? 라는 조사에서는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을 때, 너만 믿는다고 말할 때,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할 때,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할 때“ ”다음에 잘하면 된다” 등의 격려의 말이라고 한다.

부부는 서로 질타하고 비판하면 사랑이 식어진다. 부부는 소위 잔소리한다고 변화되지 않는다. 아내의 “여보! 힘내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남편에게 삶의 의미를 주고, 남편의 “여보! 내가 다 알아!”라는 말 한마디가 산더미 같은 아내의 피로를 다 무너뜨리게 된다.

넷째는, `마음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씨는 마음씨다. 얼굴이 못생긴 것은 용서할 수 있어도 마음씨가 나쁘면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집안의 어른들을 잘 섬길 때, 가족들은 서로를 배려해 주는 마음씨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이런 마음씨가 존경과 사랑으로 성장한다. 서로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잃지 않는 마음씨가 있을 때 그 가정은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다.

토마스 카알라일은 아내의 묘비에 이런 글을 남겼다. “40년 동안 아내는 나의 진실한 친구였다. 남편이 하는 일이면 무슨 일이건 간에 그 말이나 행동으로 걱정을 끼친 일이 없었다. 그녀를 잃은 나는 생의 빛을 잃은 것처럼 캄캄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난 후 캄캄한 어둠 속에서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 전에 그가 지금 내 곁에 있을 때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지 모른다. 행복한 가정은 맵씨, 솜씨, 말씨, 마음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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