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수 제2사회부
성주군 수륜면 산골 마을인 작은리(鵲隱里) 마을에는 아직도 비포장도로가 많다. 이곳은 경북 도내에서도 유일하게 비포장도로가 남아 있을 만큼 대표적인 오지 중 한 곳이다. 이곳 산골 마을에 들어가려면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하루에 두 번 운행하는 경일교통의 0번 버스를 타야 한다.

성주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버스가 하루 두 번 출발하지만, 성주 장날 외에는 승객이 없어 매일 텅 빈 버스만 한가로이 산골길을 운행한다.

성주군의 대중교통인 경일교통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총 23대로 0번은 군내, 250번은 대구 등 외지를 오간다.

성주군 관내를 오가는 0번 버스는 하루 44개 코스를 도는데 그중 작은리도 포함된다. 군데군데 비포장길인데다 굴곡이 심한 좁은 산길이어서 대부분 운전기사가 꺼리는 코스다.

버스회사 측에서 보면 이곳 운행구간은 기름값도 안 나오는 애물단지 코스지만 오지주민들을 위한 공익사업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운행하고 있다. 0번 버스는 군에서 일정 부분 적자를 보전해 주고 나머지 적자폭은 205번 버스에서 나오는 약간의 수익으로 근근이 버텨 나가고 있다.

심지어 경일교통은 계속적인 적자로 성주군에 이곳 코스를 포기하는 대신 오지주민을 위한 승합차 한 대를 기부하려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지금껏 운행하고 있다. 성주군 관내 20여개 오지구간을 운행하는 0번 버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구불구불한 산길만큼이나 복잡하고 사연이 많다.

산골 마을 대부분의 주민이 노인들로서 버스를 탈 일이라곤 병원 가는 일과 장에 가는 일이 전부지만 그렇다고 버스가 오지 않으면 발이 묶여 꼼짝할 수 없다.

이런 사정으로 버스회사는 운행할수록 적자폭만 늘어나 시름이 깊고 오지주민들은 적자 때문에 버스 운행이 중단될까 걱정이다. 또한, 버스 기사는 노선폐쇄로 운전대를 놓을까 시름이며 군청 또한 무작정 운행지원금을 늘려줄 수 없어 걱정이다.

경일교통의 산골마을 작은리 코스는 구불구불한 흙길과 코스모스 핀 돌담길이 어우러진 운치있는 낭만의 코스다. 하지만 버스회사와 주민 등 여러 주체가 각기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달리는 0번 버스의 애환(哀歡)은 날이 갈수록 깊어갈 수밖에 없다.

솔로몬의 지혜로 모든 걱정거리를 덜고 환한 웃음과 시골인정을 가득 싣고 달리는 시골버스의 낭만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