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행정미숙으로 고령자들 장시간 대기
“나부터 맞고 보자” 무료접종 미대상자까지 몰려

신종플루 대유행에 따른 불안 심리로 올해 일선 보건소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대란`이 극심화하면서 그 어느해 보다 보건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백신 대란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것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건당국의 보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대안마련과 함께 수요자들의 의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일선 보건소에 보급된 백신량은 지난해 42만500명 보다 10% 가량 줄어든 38만5천60명 분이다.

지난해 백신을 접종 받은 대상자 가운데 3만5천440명은 올해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게된 셈이다.

이처럼 공급량이 줄면서 접종을 시작한 각 보건소마다 새벽부터 접종자가 몰리기 시작, 대기행렬이 수 km에 걸쳐 늘어서고 장시간 대기에 따른 불편으로 곳곳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무료 접종 대상자인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7명이 접종을 맞은 뒤 사망하는 등 올해 백신대란 후유증은 그 어느해 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올해 신종플루에 따른 불안 심리로 예년에 비해 정도가 특히 극심하긴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보건당국의 행정미숙.

현재 일선 보건소는 한꺼번에 몰려드는 수요자를 통제하기 동 단위는 보건소에서, 읍·면 단위는 보건지소에서 접종하는 방식의 대안을 마련한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날짜 별로 행정구역을 세분화 하고 이와 함께 접종 전 사전 홍보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접종을 시작한 도내 한 보건소의 경우 새벽 4시부터 대기자가 줄을 늘어서면서 당초 계획인 9시보다 3시간 빠른 6시부터 접종을 시행했다.

또 일부 홍보자가 단 하루만 접종을 한다며 허위 홍보를 하는 바람에 백신 대란을 부추겼다며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해당 보건소에서 대기하던 70대 한 할머니는 “접종을 며칠 동안 시행한다는 사실을 현장에 와서야 알았다”며 “(통장)이 이날 하루만 접종한다고 얘기하는 바람에 새벽 5시부터 기다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수요자들의 의식 개선도 동반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료 접종을 원하는 등 매년 접종 현장에서는 각종 돌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신종플루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현상도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돌발이 많은 상황에서 날짜 별로 행정구역을 세분화한다고 해도 잘 지켜질 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그러나 수요자들의 의식만 동반된다면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일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승희기자 shcho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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