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용포철고 3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나의 시간과 노력을 자발적으로 나눠주고 있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뭔가 마음 뿌듯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 꽉 차 있어서 그렇게 마음이 들떠 있었던 것 같다.

거실로 나오니 깨끗하게 옷을 갈아입은 식구 분들이 잠깐이지만 목욕을 같이 했다고 조금 전의 그 서먹서먹했던 눈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장난을 걸어 왔다. 내 옷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손을 잡고 자기 방으로 데려가서 뭔가 말을 자꾸 걸어오기도 했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내가 그분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뿐이었다. 부쩍 친해진 표시를 해주는 그 순수한 마음들이 참 고마웠다. 비록 중증 지체나 지적장애를 겪고 있긴 했지만 그분들의 행동 하나 눈빛 하나에서 따뜻함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제일 많으신 칠십 대 할아버지 한 분은 소파에 앉아서 계속 한 쪽 양말을 벗었다 신었다 하시면서 뭔가 큰 소리를 지르고 계시는데, 생활지도사 선생님이 장난삼아 “시끄러워요, 할아버지!”하면 잠시 조용해지다가 다시 또 소리를 지르곤 하신다. 여기 오신 분들은 이렇게 가족과 함께 지낼 수가 없어서 버림을 받은 분들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 신청을 받아 수용을 하는데 수용정원 사십 명보다 더 많은 이백여 명이 아직 입소 대기 중이라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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