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는 정규직 교사, 계약제 교사, 인턴교사, 원어민 보조교사, 영어회화 전용강사 등 신분이 다양한 부류의 교사들로 뒤엉켜 선생님 간에는 물론 학생, 학부모들의 인식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제부턴가 교육의 질적 향상, 다양한 교육, 수준별 이동수업, 외국어교육 강화 등을 이유로 교육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육당국이 교사 수를 확대하고 학교와 교단을 선진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예산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내세웠다. 그러나 교육개혁에 대한 확고한 실천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교사정원, 퇴직인원 추산, 신규채용 규모, 시도별 학급당 교사 수 조정 등의 말들이 나오지만, 미래지향적이고 교육의 선진화를 위한 혁신적, 질적 향상을 추구할만한 대안들이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심지어는 학급당 교사 수를 오히려 줄인다든지, 학급당 교사 수가 아닌 학생 수당 교사 수로 교사정원을 정한다느니 하는, 백 보 후퇴한 교육계획이 나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근시안적인 교육계획으로 해마다 신규교사 임용 수의 차이가 너무 크고, 시도 간에도 학급당 학생 수나 교사 수에 큰 격차를 보이는 점 등은 어느 정도의 교육적 특성, 지역별 교육환경 등을 고려한다 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대부분 교육계획과 관리의 미비, 교육통계와 분석의 불합리성, 교육의 특수성, 전문성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다. 정부와 교육 당국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이고 확고한 개혁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 정부 들어 교육관련 정부부처의 축소, 통폐합으로 많은 사람이 걱정을 해왔는데, 현실화되는 느낌이 든다.

백 년 지 대계인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시장논리가 아닌 교육적 접근을 해야 하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선진화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학급당 학생 수의 획기적인 감소, 농어촌 학교의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별도의 이분론적 대책수립, 영어, 수학 등 중요과목에 대한 원어민 보조교사, 인턴교사, 수준별 수업을 위한 영어, 수학 강사, 영어회화 전용교사 등의 피상적인 지원 외 고등학교의 영어, 수학 수준별 수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시수확대와, 2010년부터 적용되는 중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에 따라서 영어, 수학 수업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사수를 늘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새 정부의 교육예산 확대와 영어 공교육 강화정책이 나올 때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줄여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고, 영어 공교육 강화정책으로 여러 가지 언어기능(4 skills)의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향상을 위해 수업시수를 현실화하여 늘려서 학생의 수준에 맞는 심화·보충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초 영어 전용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유능한 현직 영어교사도 유인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퇴색된 지는 오래다.

영어 공교육 강화는 수업시수와 교사 수를 늘려 기능별 심층수업(further study)을 해야지, 단지 인턴교사, 영어회화전용강사, 원어민보조교사를 투입해 분반하여 수업하는 소위 수준별 이동수업만으로는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영어회화 등 수업의 일부만 원어민 보조교사가 하고, 영어회화전용강사나 인턴교사 등이 수준별 수업을 보조하지만, 제도적으로 교육과정상의 수업시수가 그들에게 전담되지는 않는다. 영어, 수학의 경우 수준별 수업을 위해서 시간강사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수업의 질이나 효과, 학생관리, 성적관리를 위해서는 교사의 정원이 더 필요하다.

장기적 교육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앞으로의 학생 수 감소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 수준에 맞게 학급당 학생 수의 연차적인 축소 및 학급당 교사수를 현실화하는 장기적인 교사충원계획, 소규모 시골 학교의 통폐합 및 학생 수 대비 교사 비율 별도관리,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과 연차적 시수감축으로 교사충원확대, 시대적 흐름에 맞는 각종 교육시설 완비 등으로 교육수준과 환경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종오·포항제철중교사·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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