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제도가 궤도를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치단체의 재정은 선심행정 등으로 더욱 열악해져 가지만 지방의회는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지켜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특히 일부 시군 의회는 이미 권력화 하는 양상마저 나타나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질문제가 최근 더욱 공론화되고 있다. 또 지방자치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이유가 공천에 안주하려는 일부 의원들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아 기초의회의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당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기초의원을 공천하고도 해당의원이 비리로 잘못되면 이에 대해 사과나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있는 것.

최근 포항시의회를 비롯한 대구 경북권의 일부 기초의원들의 잇따른 비리는 지방의회의 무용론에 설득력을 더하는 한편 주민들을 실망시키기 충분하다. 국정감사에 밝혀진 지난 2006년 7월부터 3년간 대구 경북권의 지방의원의 비리는 대구 11명, 경북 22명 등 3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의회 의장이 금품수수로 구속된 가운데 울진군의회 모 의원은 지인들과 농업작목반을 구성, 작목반이 일정금액을 출연하는 조건으로 정부보조금 수억원을 받았지만 출연을 않은 것은 물론 보조금을 받기 위해 허위서류를 꾸민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영천시의 한 의원은 3천여만원 상당의 건설공사 리베이트를 받은 의혹으로 영천경찰서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지방자치학회의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 기초원들의 비리가 많은 것은 도덕성을 상실한 의원들의 자세에도 문제있지만 파행적인 공천과도 연관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는 지방의원이 처벌을 받더라도 이에 대해 해당 정당으로부터 공천 잘못에 대한 사과와 해명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천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며 힐난했다.

의원의 개인적인 비리와 함께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의회가 지역별로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뿌리가 같다는 점도 의회 역할의 한계로 한계로 꼽히고 있다. 더욱이 지방의원들은 당 공천권을 행사하는 관계자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입장이어서 최근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간부들의 눈치마저 살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이때문에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의회 의원들이 역할을 포기할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항의 한 시민단체 대표는 “포항시의회의 잇따른 비리는 지방의회가 권력화 된 증거”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보다는 이권 개입 또는 민원해결 쪽에만 신경 쓰는 상황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내에서의 지성론도 나오고 있다.

박경열 의원 등 일부 포항시의원들은 집행부가 의회와 사전협의 없이 집행하는 예산과 관련,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박 의원은 내년부터는 일부 풀 예산으로 편성한 1억원의 용역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으로 이뤄진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추진위원회는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제를 `부패와 망국의 악법`으로 규정하면서 “지금의 주민자치는 주민을 위한 자치라기보다 중앙집권적 정당정치와 중앙정치인을 위한 지방자치로 전락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추진위는“이를 통해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자치는 퇴색되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위한 지역구 국회의원에 의한 지방정치로 전락하고 있다”며 “지역의 권력은 지역민이 선택하고 지역민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택기자 jt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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