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택 편집국/부국장
과메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구룡포의 독특한 날씨 덕분에 일찍 과메기를 맛볼 수 있는 여유는 포항시민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이다.

북풍한설 이겨내야 최상 품질

사실 진공포장을 통해 일년내내 먹기도 하지만 과메기의 참맛은 역시 겨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꽁치를 반으로 갈라 말린 과메기가 겨울이 아니라도 생산이 가능해 지면서 과메기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겨울철 찬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최상의 품질이 되어가는 과메기지만 배를 가르는 생산방식이 출현하면서 오히려 통과메기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통과메기에 비해 훨씬 간편해진 배가른 과메기는 이제 포항시민들조차도 그 맛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과메기를 처음 대하는 외부인은 오히려 배를 가른 과메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구룡포과메기조합을 통해 전국의 미식가 입에 전해지는 과메기는 배 가른 과메기다.

아무튼 과메기의 특성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숙성하는 맛이다. 북풍한설 찬바람을 이겨내야만 최상의 품질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숙성기간이 너무 짧아도 되지 않지만 길어도 최상의 품질은 기대할 수 없다. 눈 속에 의식을 잃은 선비를 살렸다는 과메기는 지금 포항을 통칭하는 대명사로도 굳혀져 가고 있다. 과거 과메기는 찬바람 속에 사람들의 눈에도 잘 띄지 않는 부엌 창살 끝에 매여져 있었다. 누구도 깊은 관심을 주지 않지만 과메기는 그렇게 혼자서 숙성돼 갔다. 과메기라는 단어는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대중성과 중독성을 갖고 있다. 과메기는 누가 뭐래도 서민들의 겨울철 안줏거리였기 때문이다. 겨울철 포항의 주막에는 과메기가 필수다. 그만큼 대중성이 강하다. 과메기 같은 친서민 정치인이라면 무슨 선거이든 당선이 떼놓은 당상일 것 같다. 과메기가 한겨울 북풍한설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최상의 품질이 탄생하는 것처럼 늘 서민들과 함께 어려움을 함께하며 단련된 정치인이라면 그리 될 성 싶기도 하다.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정치인은 시민들의 뇌리에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반대로 시민들로부터 모진 뭇매를 맞으면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고 처절하고도 쓰라린 패배의 고통을 겪으면서 서민들과 함께하는 정치인들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시민들로부터 택함을 받지 못하자 시민들의 무지몽매를 한탄하며 이 땅을 떠난 정치인들은 다시 이 땅을 밟을 자격이 없다.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본선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을 남기는 정치인들도 결코 미래가 밝지 못하다. 과메기처럼 진득함이 없는 정치인은 오래가지 못한다. 북풍한설 찬바람을 이겨내지 못한 과메기가 식탁에 오를 수 없는 것처럼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는 정치인은 결코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포항출신 모 후보는 공천선거과정에서 상당히 억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와 발표하는 과정이 불리해 결국 공천싸움에서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후보는 참모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감수했다고 한다. 깨끗하게 승복한 것이다. 그렇지 못한 후보들도 있었지만. 그 결과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는 또 다른 관심거리다.

올겨울 과메기는 내년 지방선거를 꿈꾸는 선량들에게 한없는 짐이 되거나 영예를 안겨줄 전망이다. 겨울철 과메기를 안주삼은 시민들은 지역의 후보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안줏거리를 만든다. 이런 술판의 안줏거리에 잘못 걸려들면 큰코다친다.

찬바람 맞으며 성숙해가야

지금 대보 앞보다는 불야성이다.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으로 대낮같이 밝다. 항포구의 밤바다는 만선을 맞은 배를 맞느라 분주하다. 그런 대보와 구룡포에서는 지금 꽁치 과메기가 한창 성숙 중이다. 올해는 꽁치 어획량이 줄면서 꽁치가격이 비싸 과메기 가격도 오를 모양이다. 세상이 모든 것이 오르는데 과메기인들 오르지 않겠는가. 그러나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내년선거를 준비하는 지방정치인이나 국회의원들의 품성이다. 안하무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초심도 잃지 말아야 한다. 찬바람을 맞으면서 더욱 성숙돼 가는 과메기. 그런 친서민 같은 정치인을 과메기 계절을 맞아 연모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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