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덕포항시의원
추석을 맞아 북적대던 죽도시장이 평온을 되찾았다.

추적이던 가을비로 막바지 대목장을 망치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그래도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상인들을 돕기라도 하듯 비는 그쳐주었다.

추석을 하루 앞둔 대목 시장은 바빠도 움직인다.

손수레를 끄는 남자는 길을 비켜달라며 고함을 치고 외발 수레에 물건을 가득 실은 아줌마는 1분이 급한 듯 허겁지겁 배달을 나간다.

길모퉁이에 가을을 팔러 나온 할머니는 가지 채 꺾어 온 감을 흔들며 달고 맛있다며 자랑을 하고, 돈주머니를 허리에 찬 좌판 아저씨는 틀어 놓은 음악에 맞춰 흥을 돋우며 고객을 끌어 모은다.

생선의 머리를 자르던 할머니는 몰려드는 손님에 신이 난 듯 “올해는 대통령이 다녀가서인지 명절 대목 맛이 난다”며 그동안 재래시장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추석을 앞둔 죽도시장의 풍경이다.

흔히들 재래시장이라고 하면 질퍽거리는 거리와 비위생적인 시설, 바가지 상혼과 주차의 불편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전국 최대규모의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은 그동안 2백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시설투자와 환경개선, 상인대학을 통한 친절교육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공영주차장 확대, 전용카트 비치, 온라인 판매를 위한 전자상거래 시스템, 상품권발행 등으로 “재래시장이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인식을 불식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의 대부분은 연령대가 높은 분들로써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길들여지고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해진 젊은 층은 간간이 보일 뿐이다.

가끔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손자가 함께하는 시장 나들이를 보면 재래시장의 정취가 느껴진다.

젊은 며느리와 어린 손자와의 시장나들이가 흔치 않은 모습이지만 부대끼며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내내 채소 리어카를 끌고 죽도시장을 내 집처럼 들락거렸던 필자로서는 지겨울 법도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도 시장을 찾는 것은 세상 사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양복차림으로,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검은 봉지의 장거리를 들고 오면 아내는 “깔끔을 혼자 떠는 남자인데 이럴 때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재래시장은 어쩐지 푸근하고 구경만으로도 재미가 있는 곳이다.

죽도시장에는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채소들이 즐비하고, 갓 잡은 동해의 생선들이 펄떡이며 어시장의 새벽 경매광경은 하나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먹자골목에는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발길을 멈추게 하고 반말인 듯한 상인들의 투박스런 말투는 차라리 정겹기까지 하다.

편리성을 따진다면야 단연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꼽을 것이다.

쉽게 주차하고 한자리에서 여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리한 만큼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

포장제품이 대부분으로 원하는 만큼 살 수 없다는 단점과 함께 재래시장에 비해 비쌀 뿐 아니라 제품이 다양하지 못해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래시장은 조금의 발품으로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고 대형마트 보다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재래시장은 표준가격표가 없어 어쩌면 현대생활에 길들어진 젊은이들에게는 황당할 수도 있지만 상인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흥정하는 재미와 함께 인심 좋아 덤으로 주는 기쁨도 있다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 그나마 사람 사는 맛을 느끼려면 재래시장으로 가보라는 말이 있다.

백화점과 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람냄새가 나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더불어 작은 실천으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쇼핑이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여유로울 때 가족과 함께하는 재래시장나들이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