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에 이어 `지붕 뚫고 하이킥`까지 시트콤의 대가 이순재가 영화로 복귀했다.

`파랑주의보`(2005), `음란서생`(2006) 등의 영화에서 단역으로 나온 적이 있지만 주연으로 출연하기는 `집념`(1976) 이후 33년 만이다. 그는 이 영화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장동건, 고두심과 호흡을 맞춘 그는 퇴임을 앞두고 복권에 당첨된 대통령 김정호 역을 맡았다. 이순재는 최근 용산 CGV의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용돈을 벌려고 TV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원래는 영화 쪽에 욕심이 많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7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학 다니면서 장 르누아르부터 네오리얼리즘 영화까지 정말 영화를 자주 봤어요. 명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죠. `야 저건 예술이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 연극동아리도 했었고요.”

TV연기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스크린은 강수연 등 후배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러던 그가 백발이 성성해지고 나서 영화에 다시 돌아왔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욕심이지만 달라진 제작 환경을 몸소 체험해 보기 위해서였단다.

“예전에 영화인들은 소품과 같았어요. 들락날락이 심했죠. 지금은 말단 신참들이 대학에서 해당 분야를 전공했을 정도로 전문화돼 있더라고요.”

그는 후배들의 연기에 쓴소리를 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아무리 연기가 훌륭해도 대사 전달력이 좋지 않으면 호연이라 볼 수 없다고 일축한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장동건과 개그맨에서 배우로 자리매김한 임하룡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동건은 발음과 억양이 좋아 대사 전달력이 뛰어났고, 임하룡은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잔잔한 웃음을 주는 감동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제가 계속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가 창조자라는 겁니다. 배역 하나로 계속 우려먹으면 안 되죠. 제가 대발이 아버지 패턴으로 계속 연기했으면 지금은 연기를 못 했을 거예요. 나이가 있어 역할에 제한이 있지만 같은 할아버지라도 어떤 차이점을 표현할까 고민합니다. 그것이 연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에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