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서양화가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방송프로그램이 있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나 동물들의 기상천외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때로는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근 20년 이상을 남들이 길거리에 버린 가전제품을 비롯한 온갖 잡동사니를 주워 모은 분의 얘기가 방영된 적이 있다.

처음에는 고장 난 시계나 라디오 같이 부피가 작은 것에서 시작된 모으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전거, 냉장고, TV, 에어컨, 세탁기 등 크기에 상관없이 쓸 만하다고 여기면 모조리 모았다.

이렇다보니 작은 마당이 딸린 서른 평 남짓의 슬레이트집이 처음에는 부피가 작은 것부터 마루를 채우기 시작하더니 작은방, 부엌 순으로 이어지다가 나중에는 안방마저 물건더미로 꽉꽉 채워지고 말았다.

마당은 마당대로 부피가 큰 것들이 산더미를 이루다보니 어느 날 지붕까지도 사라져버렸다.

이분의 일상을 취재한 모습을 보노라면 자신의 몸조차 뉠 공간이 없어 결국은 물건 틈 사이에 전기장판 한 장으로 칼잠을 자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욕실에도 물건들이 꽉 들어차서 세수할 공간도 없다보니 욕실수도꼭지에 연결된 작은 호스를 통해 겨우 얼굴에 물을 축이는 꼴이고, 부엌도 없어진지가 오래여서 전기포트로 물을 데워 컵 라면이나 빵으로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니 집 전체가 커다란 쓰레기더미가 되고 만 것이다.

집구석이 이 지경이니 부인은 집나가 따로 사는 아들, 딸집으로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세탁을 할 수 없으니 의복은 때에 찌들어 거지꼴이다.

이분이 이런 묘한 습관이 붙기 시작한 것은 40대 후반 어느 날 실직을 하면서 부터란다. 직장을 잃고 막막한 마음으로 살길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데 문득 길거리에 버려진 멀쩡한 물건들을 보고 아까운 마음에 하나 둘 주워 모으기 시작한 것이 습관이 되고 말았다는 것.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버려진 물건 모으는 일에 매달렸고 언젠가는 고물상을 해보겠다는 생각까지 갖게 되더란다.

그러나 이미 고물상으로 탈바꿈하기에는 그 한계를 넘어섰지만 비울 줄은 모르고 오직 채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이 바로 문제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이분의 심리검사 까지도 해 봤지만 정상의 범위에 든다는 진단을 내렸다.

다만 이분은 관심이 많은 분야에 집착하는 경향이 다른 사람에 비해 약간 더할 뿐이라고만 했다.

이 사연이 방영되고 난 후 다른 방송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분 같은 경우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들이 대상이었지만 다른 방송사례에 소개된 어떤 아줌마는 십 수 년을 비닐이나 썩은 음식물 등 쓰레기 이상은 절대로 될 수 없는 수집에 집착하는 경우였다. 물론 정신장애가 있었음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어째 TV에 나온 이분들만의 일이겠는가?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례들은 부지기수다. 꽉 끌어안을 줄만 알았지 놓질 못하고, 버릴 줄은 몰라서 그것이 화가 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친구 중에는 유난스레 재물에 집착하는 녀석이 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고생을 한 탓이겠거니 이해를 한다지만, 움켜쥐는 정도가 심하다보니 짠돌이로 소문이 났다. 그는 남 못지않은 배움도 있고, 사업에 뛰어들어 어느 정도 성공도 했다.

그러나 남에게 먼저 대접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으면서 오히려 다른 친구들을 구두쇠라며 외고 다닌단다.

모임에서 어차피 낼 회비도 낼 듯, 말 듯 하면서 따지기는 제일 많이 따지니 이친구만 보면 다들 피한다고도 했다.

모임을 갖다보면 남을 위해 도무지 베풀 줄은 모르고 자신에게만은 배려해 주기를 바라며, 자기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까지도 베푼다는 착각에 빠지는, 이런 사람 한 둘은 꼭 있게 마련이다. 대개 이런 사람은 항상 자기에게 돌아올 이익을 따지며, 욕심이 많고 재물에 집착한다. 성경에는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같이 다니고 헛된 일로 소란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거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시39)”고 했다.

결코 가져갈 수 없는 재물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죽음 앞에서 아는 것은 너무 늦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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