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서예가
국회 청문회를 거쳐 국무총리로 임명된 정운찬 신임 총리를 옹호하는 내용의 어느 시인의 일간지 기고가 진보·보수 인사들의 상호비방성 설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의 진상은 `천만원짜리 개망신`이란 제목에서 `한때 자신들이 대권 후보로까지 밀었던 사람을 1000만원으로 잡아먹겠다며 벼르는 진보주의자들`이라며 정 총리의 1000만원 수수를 공격한 야당(민주당)을 비난하며 정 총장을 옹호했다.

이 시인의 일간지 칼럼 기고를 두고 지난 9월27일 소위 한국에서 스스로를 진보라 일컫는 입장에 있는 전 중앙대 겸임교수로 있었던 문화평론가 J씨가 `왜 말년을 저렇게 추하게 보내야 하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이 시인을 비난했다. 이 내용을 두고 전 서강대총장으로 있던 P신부가 지난달 29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J씨에 대해 `저는 그분을 보면 아주 젊은 사람으로서 너무 쫄랑거리는 거 같다. 사람들은 자유가 있으니까 생각 가는 대로 표현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뭐 개가 짖는구나, 로 들린다.`고 힐난했다. 이에 J씨는 30일 P신부로부터 `개가 짖는다.`는 원색적 비난을 접한 뒤 `이분이 아직 선종 안 하시고 살아계셨군요`라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논쟁이 아니라 막말 비방전으로 확전되고 있는 것이다. 소위 한국에서의 보수, 진보를 따지는 인사들의 이 같은 볼썽사나운 논쟁에 대해 네티즌들은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눈살을 찌푸리며 `지식인층의 논쟁이 너무 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대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누가 진정한 보수이며 진보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세계사적 배경과 한국의 역사적 배경에서 얻을 수 있다. 프랑스 혁명기의 국민공회(國民公會)에서 봉건적인 왕당파가 오른쪽, 부르주아 혁명의 급진화를 주장하는 과격파가 왼쪽, 중간파가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사실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한국의 진보를 대표하는 집단으로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 일부, 민주노동당, 사회적으로는 민주노총과 한총련을 비롯한 민중운동 진영, 그리고 진보적 지식인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을 진보적이라고 일컫게 된 데에는 우선 세계정치사적으로 20세기 전반기에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그리고 20세기 후반기에는 사회민주주의가 사회적 좌파를 형성했다. 이들을 급진 또는 점진적으로 현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했다는 점에서 혁명세력, 변혁세력, 또는 진보세력으로 불렀다. 좌파라는 개념 역시 상대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진보 역시 보수의 역개념(逆槪念)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시대에 있어서 어떤 것을 진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이러한 기준들은 현 시대적인 것이면서도 역사적으로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소위 진보운동이라는 것은 안티테제적(Antithese:反定立的) 운동이다. 즉 反자본, 反세계화, 反시장화, 反기업 등 온갖 `反字`로만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으며 최소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측면에서 이 시대 진보의 기준은 명확히 이것이다라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허울만 진보를 뒤집어쓰고 있다. 2005년 1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정치인의 진보, 보수 성향의 척도에 대한 여론을 보면 진보 순으로 정동영(56.8%), 이명박 현 대통령(47.1%)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김근태(40.6%)와 이해찬, 손학규, 그 외는 중도(中道) 내지는 보수(保守)로 인식되고 있다. 자칭 진보세력에 대해서 국민들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히려 현실변화를 추동하려고 노력하는 현 대통령이나 기업경영진에 대해서는 진보적이라고 평가하는 아이러니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현 야당 스스로가 대권후보로까지 천거하려고 하던 분을 여당에서 총리내정자로 임명하자 국회인사청문회에서 기를 쓰며 반대하더니 국감을 통해 벼르는 정치 행태는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저질의식구조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는 11월에 민노총에 가입할 예정인 통합공무원노조는 스스로가 그들의 조직정체성에 대해 냉철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봉사해야 하는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들은 어느 누구나 민심이 곧 천심이니 천도무사(天道無私:하늘의 법은 사사로움이 없다.)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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