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동지여고 3
나와는 전혀 다른 그들을 만났던 날을 내가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보다 가난하고 냄새 나며 현저히 낮은 생활을 하고 있던 그들의 문화에 받은 문화적 충격 때문이 아닌, 가난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으로 최선을 다 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존경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10월, 11월에 걸쳐 10일간 캄보디아로 해외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다들 `힘들었지?`라며 안부를 물었지만 `음… 아니?`하며 갸우뚱거리는 것이 제 대답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해외 봉사였지만 정말 즐겁게 생활하고 봉사하다 오는 것이 전부인 느낌입니다. 물론 24시간 내내 즐겁고 행복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날들을 회상해 볼 때는 늘 `아… 참 너무 행복하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심지어는 `여기에 더 있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저는 무엇을 하러 비행기로 6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캄보디아까지 간 것이었을까요. 아니, 무엇을 얻으러 캄보디아까지 가야했던 것일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는 그곳에 베풀어주고 온 것보다 얻어온 것이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바닥에서 올라오는 그 습습한 열기, 엄청난 습도에 한번 숨을 고른 뒤에야 캄보디아 고유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서 동남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사람들의 모습과 야자수와 같은 잎이 넓은 나무, 높은 건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도 프놈펜의 모습에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많이 달라 어색하게 느꼈습니다.

드디어 내가 다른 세상에서 떨어져 와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지낸 10일 동안 저는 도마뱀이 천장을 기어 다니는 방에서 지냈습니다. 우리나라 만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거나, 정수기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해 하루의 뉴스를 확인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10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저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 바쁘게 살아가던 그 어떤 때보다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습니다.

출발하면서 생활환경의 불편함에 대해 불만 섞인 걱정을 늘어놓았던 제가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다음날 드디어 봉사활동을 하게 될 우동지역으로 향했습니다. 버스로 약 4시간 정도를 달렸는데 캄보디아의 풍경은 마치 그림 한 폭을 보는 듯 했습니다.

티끌하나 없는 파란 하늘에 넓은 초원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집, 그리고 마른 소들과 그 소를 모는 현지인도 영원히 잊지 못 할 풍경이었습니다.

제가 봉사하였던 곳은 우동지역에 있는 청소년센터입니다.

우리나라에 문화원과 같은 곳으로 여러 학생들이 와서 많은 문화를 배우는 곳입니다. 정좌와 센터 본 건물이 있는 그 곳 처음 봤을 때는 많이 허술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10일 동안 오전에는 정원 정리와 페인트 작업으로 센터를 보수하고, 오후에는 현지 친구들과 서로의 언어 가르쳐주기, 서로 문화놀이 가르쳐주기 등으로 여가 활동을 하였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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