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눈앞 방문객 발길 끊겨 `썰렁`
불편한 몸 이끌고 부품조립 열심

【성주】 한가위 보름달만큼 풍성하고 즐거운 민족 최대의 명절이 더 외롭고 쓸쓸한 곳도 있다. 사회복지단체나 소외된 어려운 이웃들은 이 맘때면 따뜻한 인정이 더 그립다.

성주 참외밭이 아득히 펼쳐진 곳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집이 하나 있다.

20~50대까지 지체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예원의 집(원장 이양훈).

모두 18명의 지체장애인들이 행복한 삶의 희망을 이어가는 보금자리다.

김진해 전 원장 부부는 보람된 사회봉사활동을 고민하던 중 지체장애인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 사회봉사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90년대 초 이곳에 장애인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지금은 이양훈 원장이 이곳을 맡아 법인으로 등록하고 국가보조금도 받아 운영하며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해 나가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자 예원 식구들이 따뜻한 미소로 맞았다. 평화로워 보였지만 추석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았는데도 방문객들의 발길은 뜸하다 못해 썰렁해 보였다.

이들의 생업인 부품조립에 열심이던 가족들은 휴식시간이 되자 방금전까지의 조용한 분위기는 오가는데 없고 그들만의 놀이가 시작됐다.

특히, 이곳 한 원생의 다재다능한 춤 실력은 아마추어를 넘어 프로에 가까운 실력이다.

한바탕 솜씨자랑이 지나고 청소시간이 시작되자 조금은 조용한 분위기로 돌아가고 보육 선생님이 말문을 튼다. 김 전 원장이 이곳에 첫 보금자리를 마련했을 때는 이곳 가족들은 모두가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중증 장애인들이었다.

김 전 원장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 마음껏 놀 수도 있고 앞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도 많이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때는 자금도 부족하고 워낙 외진 곳이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뜸해 많은 애를 먹었지만, 워낙 낙천적인 성격의 김 원장은 오히려 이런 조건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장애인들은 자원봉사자들이 항상 도와주는 것만을 바라기 때문에 식구들의 자립심이 약해지기 쉽지만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력을 길러주려면 이곳이 적격이라는 것.

처음에는 의타심이 강해 스스로 할 일을 찾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박도 키우고 닭, 염소 등 가축도 기르고 이것을 이용한 호박 액기스 등 건강식품 등을 개발해 판매했다.

이곳 특산물인 약감주 홍화환과 인진쑥으로 만든 환약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호박엑기스와 같은 일차적인 생산뿐만 아니라 이차적 가공품까지도 만들어 나갔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려움도 많지 않을까 해서 물어보면 정부지원금 하나 없지만, 운영비 같은 것은 힘든 일이 아니란다.

이 원장은 “돈이 없다던가 아이들을 다루기가 어렵다든가 하는 문제는 거의 부차적인 문제이며 오히려 자기 자신의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남보수기자 nb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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