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물러가면서 구제역의 기세도 한풀 꺾인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초 발생 100일째로 접어드는 시점인 데도 구제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거침없는 확산세로 축산업을 초토화시킨 애초의 위력이 다소 약해졌다고는 해도 결코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아직도 간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대구시에 이어 5일에는 울산에서 추가로 구제역이 확인됐다. 대구에서는 두번째, 울산에서는 세번째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잦아들고는 있다지만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제역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방역망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이번 구제역 사태는 축산업 기반 붕괴와 함께 엄청난 환경 재앙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350만마리에 육박하는 살처분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되는 등 심각한 환경 재앙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크게 염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안심시키지만, 매몰지 주변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며칠 전 국회에서 했다는 말은 당국의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여겨진다. 매몰지가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매뉴얼대로만 하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4천700여곳에 이르는 매몰지에서 과연 매뉴얼대로 매몰이 이뤄졌느냐 하는 점이다. 매몰지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면 최종 판명되겠지만 벌써 매몰 과정에서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고 한다. 또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는 매몰지가 없다던 애초 정부 발표와 달리 강원도 횡성군의 매몰지 2곳이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고도 한다. 사정이 이러니 당국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푸념도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결국 어떤 정책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당국은 구제역 매몰지가 환경 재앙을 몰고 오지 않도록 해빙기 대책과 함께 본격적인 우기가 닥치기 전에 빈틈없는 오염방지책을 세우기 바란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