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고향인 경북 포항을 찾았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다.

지난해 2월 설 연휴 기간 비공식적으로 포항을 방문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이후 1년7개월여만에 다시 고향에 돌아온 것.

 공식 방문으로만 따지면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8일 포항에서 가두유세를 한 뒤 1년9개월여만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유세에서 “압승해 고향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경북 구미와 대구를 찾은 이 대통령은 오후 포항 영일만항 개항식에 참석, 치사를 통해 반갑고도 벅찬 심경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영일만항이 들어선 북구 흥해읍이 자신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라는 점을 상기된 목소리로 소개하면서 “영일만 바닷가 앞에서 여러분을 뵈니 감개무량하다. 솔직히 말씀드려 보고 싶었다.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포항은 이제 경북의 물류뿐 아니라 동해안 물류를 온 세계에 내보낼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포항은 경북, 대구 일대 모두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고향 포항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사심없이 해서 은퇴 이후 포항이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도록,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온몸을 다 바쳐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i¡°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 더 걱정해주고 지지해온 포항 시민에게 갚을 길은 그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컨테이너 하역식에서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 포항 동지상고 후배인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과 함께 컨테이너 선적 레버를 당겨 역사적 개항을 알렸다.

 이어 이 대통령은 어린 시절 노점상을 했던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했다.

 시민과 상인들의 반응은 1년9개월 전 거리유세 때보다 더 열광적이었다. 시내 곳곳에는 환영 현수막이 걸렸고, 연도에는 시민들이 늘어서 이 대통령이 탑승한 버스는 카퍼레이드에 나선 것처럼 서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은 죽도시장 입구 2㎞ 전부터 하차해 연도에 빽빽이 늘어선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했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마크’를 만들어 인사했다.

 시민들은 태극기까지 흔들며 ‘이명박 대통령’을 끊임없이 연호했다. 일부는 이 대통령의 저서 ‘온몸으로 부딪쳐라’를 들고 흔들었으며, 인근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반대편 차선에서 운전하던 운전자들까지 환영 대열에 합세했다.

 경호관들은 일반 시민들이 이 대통령과 계속 접촉하자 긴장 속에 진땀을 뺐다. 이 대통령은 경호관들이 선루프가 달린 경호차에 탑승할 것을 권유하자 “정치행사 같은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걸어가겠다”고 말하며 시민들과 악수를 계속했다.

 한 시민은 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환경 장관이나 수석을 만나게 해주십시오”라고 부탁하다 경호관들의 제지를 받아 끌려나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리 와 보세요”라면서 참모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시민 수천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느라 만찬장인 횟집까지 이 대통령이 도착하는 데에만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마침내 횟집에 도착하자 좁은 골목길에 시민 수백명이 모여 ‘이명박 대통령’을 끝i??이 연호했다.

 이 대통령이 나온 영흥초등학교 학생들도 ‘자랑스러운 대통령 선배님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57년 후배라는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모친인 고(故) 최태원 씨와 시장에서 장사를 함께했다는 최익순(84), 안기선(84), 최복생(74) 할머니를 끌어안고 “잘 오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병석 의원, 박승호 포항시장 등 포항 지역구 의원 및 단체장, 모범 시민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고향이 저에게 큰 용기와 열정을 보내줘 남은 3년 반 임기를 열정과 용기와 힘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면서 “국민이 볼 때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면 그게 여러분에게 보답이 아닌가 생각하고, 그 생각을 염두에 두고 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