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자원봉사센터 봉사수기 청소년부문 최우수상

한 림오천고 2
나에게는 초등학교 시절과 중학교시절을 함께 보낸 잊지 못할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얼굴도 잘 생겼고 키도 큰 친구이며 음악적인 감각도 뛰어나 클라리넷과 장구를 잘 쳤다. 또한 국기나 상표도 잘 그렸다. 단지 그는 자신만의 세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자폐증을 가진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났다. 선호와의 첫 느낌은 솔직히 `얘는 뭔가?, 왜 혼잣말을 할까?` 하는 우리와 `다르다`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관심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호의 어머니께서 선호와 사이좋게 지내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라며 나에게 빵을 사주셨다. 그 다음날 나는 왠지 모를 의무감을 느껴서 알림장을 써주며 화장실과 음악실 등을 함께 다니며 학교생활을 보냈다.

선호와의 첫 만남이 나에게는 봉사의 시작이자 장애우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였다. 초등학교을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선호와 나는 같은 반이 되었다. 나와 선호는 같은 아파트에 살기에 아침 등교 때마다 선호의 집으로 찾아가 함께 등교를 했고, 내가 시간이 늦어지면 선호는 우리 집에 찾아와 `한림아 학교 가자` 하며 지내던 중, 1학년을 거의 마칠 무렵 담임선생님께서 나에게 선호와 2학년을 같이 생활해보라는 제안을 하셨을 때 솔직히 그 순간 많은 고민이 되었다.

`선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망설임 끝에 2학년 생활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런 인연으로 3학년 때 역시 선호와 같은 반을 지내며 중학교 생활을 마쳤다. 물론 중학교생활에서 선호와 생활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다. 늘 같이 다니다보니 나도 선호처럼 장애인으로 보는 친구들도 있었고 다른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선호를 혹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을까? 늘 긴장을 하였다. 또한 선호는 나만 찾았다. 지금은 일반계 고등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는 선호로 인해 중학교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아마 선호와 함께 등·하교 길을 함께 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RCY라는 단체에 가입했다. RCY에서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밑반찬을 나눠 주며, 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 시설도 방문하며 소외된 어르신께 말동무도 되어 드리고. 목욕보조, 레크리에이션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올 1월에는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를 방문하여 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2박 3일 동안 중증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였다. 벨을 누르고 들어간 순간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철조망으로 된 다중 문이었다. 그 뒤엔 사람의 정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이 호기심 반 경계심 반의 눈으로 나를 응시하였다. 잠깐이었지만 정말로 무서웠다.

머리에는 수술자국이 있고 팔과 다리는 앙상했으며, 혼잣말을 하며 돌아다니는 그 모습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순간 `이건 정말 아니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레 겁을 집어 먹고 있는 나에게 담당 선생님께서는 웃으시며, 먼저 친구들과 어르신에게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라고 하셨다. 그 순간 조금은 망설였다. 그런데 막상 그들의 손을 먼저 잡으니, 그 친구들도 나에게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차츰 두려움이 사라졌고 얼마 후에는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운동도 함께 하였다. 그 곳에서 생활하는 친구들 중 한 명은 나에게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새삼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이고 사고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선택받은 일이라고 느껴져 감사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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