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거점병원`이 `감염거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3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5개월째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61세 남성이 최근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지난 4월부터 당뇨와 만성 신부전증 심장질환을 앓아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고위험군 환자로, 지난 1일 병세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7일 고열 증상으로 검사한 결과 신종플루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다음날 재검사에서 역시 양성으로 나와 이후부터 타미플루 등 항 바이러스제 투약을 받고 있다. 한때 폐에 물이 차 호흡이 곤란해지는 폐부종 증상을 보이는 등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기도 했었으나 14일 현재 다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료진은“시시각각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 환자의 신종플루 확진 판정으로, 이 병원 내 다른 환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 환자가 일반병실에서 다른 환자와 있다가 감염됐기 때문에 병원 내 추가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다른 신종플루 거점병원에 입원 또는 통원 치료하고 있는 일반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구 의료계 등 전문가들은 “우려했던 것이 현실화 됐다”면서 공기 내 급속 전염을 막기 위한 음압 병상, 격리실, 공기정화기 같은 시설을 갖추지 못한 거점병원에 입원 중인 만성 내과질환자들 경우 교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의 한 거점병원에서 간경화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신종플루 환자가 이 병원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하다”며 “건강한 사람도 걸리면 위험할 수 있다는 데 혹여나 신종플루까지 걸려 고생하게 될까 두렵다”며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거점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감염이라 하더라도 병원측의 잘못만 지적하면 어느 병원이 거점병원 하겠다고 나서겠냐”며 “고위험군 환자가 증상이 있을 때는 거점병원을 찾고, 청년층이나 건강한 일반인은 소형병원을 찾는 신종플루 진료 이원화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평소 고혈압을 앓아오던 73세 할머니가 미국여행을 다녀온 뒤 신종플루에 감염돼 지난 12일 숨진데 이어 13일에도 수도권의 67세 남성이 사망, 주말 이틀 연속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달 15일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4주 만에 6명의 사망자를 기록, 환절기를 앞두고 환자 관리에 더욱 비상등이 켜졌다.

13일 현재 대구지역의 경우 신종플루 환자는 9월 첫째 주 271명에서 지난주 349명으로 78명 증가했고, 경북은 9월 첫째 주 272명에서 지난주 287명으로 15명 늘어나 보건당국의 보다 철저한 예방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현주기자 s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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