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술 주임신부 죽도성당
중국 정부는 본토에 있는 약 50개의 소수 민족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책자로 정리하고, 지도자들로 하여금 그 책자를 참고해서 잘 다스리라고 한다.

그 소수 민족중의 하나인 “조선족”의 장, 단점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장점은 `이 세상에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살아남을 민족은 바로 조선족이다.` 그들은 참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어떤 역경과 환난 속에서도 억측같이 살아간다. 구 소련에서는 한밤중에 기차로 강제 이주를 시켜 사막에 던져 놓았지만 그들은 사막을 옥토로 만들었다. 중동 지역에서는 한때 살인적인 더위의 뙤약볕 속에서도 밤에 횃불을 밝혀들고, 대수로 공사를 기한 내 완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이민생활 속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요즈음 `24시 편의점` 처럼 열심히 모든 어려운 여건들을 극복하며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 다른 나라들은 몇 백년 걸리는 경제성장을 몇 십년 만에 이룩한 놀라운 저력을 가진 민족이며, 온 세상이 멸망해도 살아남을 민족임을 장점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단점은 `죽어도 일치되지 않는 민족`이다. - 지금도 한 개울가를 두고, 서로 마주 보며 몇 백년 동안 앙숙으로 살아가는 문중들! 세계 유일의 분단국! 지역! 혈연! 학연! 오늘도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 서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을 `메주 덩어리`에 표현하고 있다. 메주콩을 삼고, 찧고, 뭉치고, 새끼줄로 꽁꽁 동여 메어 놓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갈라지고, 틈새로 곰팡이가 번져 나가는 것처럼 지독히 일치되지 않는 민족이라 표현한다. 참으로 부끄럽고, 슬픈 우리의 모습이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 오셔서 실패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일치`였다. 당신 손수 밤세워 기도하시며 사랑하는 제자들을 선택했지만 그들은 당신을 배반하고 십자가에 그를 넘겼다.

예수님은 다른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훈계하시고, 질책하시고, 명령하셨지만, 이 `일치`만큼은 당신이 눈물을 흘리시며 간절히 기도하셨다. `요한 복음 17장` 고별사를 통하여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 바로 `일치의 삶`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습이요, 하느님의 삶이다. 그래서 “일치가 있는 곳에 구원이 있고, 구원이 있는 곳에 일치가 있다.”

`일치의 삶`은 또한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과 거룩함을 드러내는 일이며, 아버지의 뜻이 완성되는 삶이다. 일치의 삶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며,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는 진리의 삶이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바침으로써까지 `일치`를 이루어 내셨다.

오늘 우리 교회의 소명은 바로 분열이 있는 곳에 참된 일치를 가져오는 사명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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