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따뜻한 몸이 찬 공기를 접하면 감기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름도 찬 기운을 접했다는 감기(感氣), 그로 인하여 생긴 병이라는 감환(感患), 추위를 무릅쓰다 생긴 병이라는 감모(感冒), 찬 기운에 접촉했다고 하여 촉한(觸寒), 찬 계절에 찬 기운 때문에 생긴병이라고 한질(寒疾) 등으로 불렸다. 우리말로는 고뿔이라고도 했다.

감기는 그 자체가 치명적인 병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감기에 걸려 결국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감기 때문이 아니라 감기로 약해진 몸에 덧쳐진 합병증으로 상하곤 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감기를 낫게 하는 데 힘을 쓰는 것보다 몸을 보완하는 데 더 애를 쓰곤 했다.

근래에 와서, 사람이 감기의 원인균을 발견하고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기술을 찾아내어 감기 자체를 고치는 재주를 가지게 되었다.

감기도 예방할 수 있게 되었고, 쉽게 고치게도 되었다. 그러자, 감기가 독해졌다. 사람이 추적하면 변종을 만들고, 다시 추적하면 다시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이름도 다양하여 홍콩형 일본형 등의 이름을 가진 독감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이름 자체가 `신종`인 독감도 나타났다.

결국 다시 감기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감기는 건강한 몸으로 이기는 병이다. 지금까지 이 병에 걸리거나 이 병으로 상한 사람들 대부분이 어린이와 노약자 또는 질병에 걸린 이른바 고위험군이었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고위험군의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먼저 예방약과 치료약을 배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차분한 대응이다. 독감이 퍼지니 걱정이야 되겠지만, 호들갑을 떨거나 먼저 약을 받겠다고 꼼수를 쓰거나 약을 사재는 행태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

감기보다 더 저급한 유행이 호들갑이다. 오늘부터 날씨가 서늘해진다고 한다. 감기 바이러스의 활성화가 걱정되는 계절이다.

/可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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