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러시아의 자동차회사로 직장을 옮기면서 예전 회사의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전 GM대우 연구원 황모(43)씨와 정모(43)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GM대우를 그만두고 러시아 자동차회사 타가즈(Tagaz)의 한국법인인 타가즈코리아로 옮긴 이들은 퇴사 당시 라세티의 설계도면 등 GM대우의 자동차 개발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타가즈코리아의 신차개발 총괄책임을 맡은 황씨는 2006년 10월 GM대우를 퇴사하고 나서 이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2007년 7월 라세티 차체와 섀시 관련 설계도면 파일 2천103개와 기술표준문서 파일 1천534개가 저장된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차체설계팀장 등에게 건네면서 이를 타가즈코리아가 최근 개발한 신차의 설계에 사용하도록 지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황씨가 기술 유출과 해당 기술의 활용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부하직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결과 `황씨가 기술 파일을 건네주며 활용하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초 타가즈코리아에 총괄팀부장으로 스카우트된 정씨는 GM대우 퇴사 직전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설계와 기술표준문서 파일 등 6천437개의 파일(29.3 기가바이트)을 외장형 하드디스크로 내려받아 빼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황씨나 정씨가 유출한 파일이 타가즈코리아의 배기량 1천400~1천600㏄급의 준중형 신차인 `C-100`을 개발하는 데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파일 분석을 통해 일부 기술이 응용된 점을 확인했다.

검찰은 압수한 파일 분석작업을 통해 라세티 설계 기술이 어느 정도나 C-100에 활용됐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추가로 타가즈코리아 관계자 2~3명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황씨나 정씨처럼 기술유출을 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타가즈코리아에 GM대우 출신 연구인력이 대거 영입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황씨나 정씨가 기술을 유출하면서 사측으로부터 따로 대가를 받았는지, 사측이 조직적으로 기술유출에 관여했는지도 수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