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큰 강 가에서 보낸 사람은 알 것이다. 강의 상류 먼 곳에서 비가 오면, 우리 동네에는 큰 비도 안 왔는데 강물이 갑자기 불어 오른다.

강물이 이유없이 좀 흐려지기 시작하다가 거품이 떠내려 오면, 강은 부풀어 오르듯이 불어난다.

풀들이 부스스 일어나고 자갈도 사르락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강 가에서 자란 사람들은 본능처럼 위험을 안다. 강이 스산한 움직임을 보이면 얼른 언덕으로 몸을 피한다. 강은 먼 곳에서 내린 빗물을 모아 도도한 흐름이 되어 마을 앞을 흘러 지나간다.

그러나 밤에는 그런 징후를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강가의 사람들은 밤에 강가에 나가는 것을 조심했다. 어떤 날 아침에는 뜻밖에 불어난 강을 볼 수도 있었다. 더러는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작물과 황톳물을 바라보며 자연 앞에 존재의 두려움을 깨닫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강이 댐과 보로 곳곳에서 막히면서, 강이 불어나는 것은 비가 내릴 때만이 아니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가둬둔 물을, 엉뚱한 시기에 방류할 때가 많다. 비도 오지 않는 날 뜻밖에 불어나는 강물은 사람에게 위험하다.

그래서 단단히 감지장치를 만들고 경보음을 울리고 경보방송을 해서 강가의 사람들을 대피하게 한다. 강이 보내는 경고보다 훨씬 세밀한 경보를 하는 것이다.

이번 임진강 참사를 보면서 경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한다. 자연의 경고와 다른 강물의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여러 겹으로 경보하고 경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명백히 잘못했다. 미리 충분히 경보했어야 했고, 그러지 않아서 사람이 상했으니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

이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경보와 소통의 많은 경로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미리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도 언제나 말을 걸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도 편히 말을 걸만한 통로가 있어야 한다.

남북간에는 더 많은 말문이 트여야 한다. 누구든지, 어떤 이유로든지, 말문을 닫아서는 안된다.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더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可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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