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가명)야! 니는 수시원서 어디에 낼꺼니?”

“글쎄! 꼭 가고싶은데는 있는데 성적이 안좋아서 고민이다. 수경(가명)이 니는?”

“나는 되든 안되든 연세대 신방과에 내 볼란다. 근데 선생님 내줄란가 모르겠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공부좀 더 할껄. 후회 막급이다. 휴~”

8일 오후 2시30분 농어촌 특별전형 대상학교인 영일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방문하니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어느대학 어느학과에 수시원서를 접수할 것인지를 놓고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후회와 긴장감, 스트레스를 쏟아내고 있었다.

조잘대던 학생들은 수업 시작종이 울리자 이내 현실로 돌아와 열공모드에 돌입했다.

교사들의 열띤 강의내용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시종일관 또렷한 눈망울로 경청하고 있는 모습이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교실을 한바퀴 둘러보고 3학년 진학실로 들어갔다.

이곳은 교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수업이 없는 담임교사들이 학생들의 수시원서 접수관련 상담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것.

너무나 진지한 모습에 압도당해 말조차 걸지 못한채 30여분 지켜보니 학교선택을 놓고 담임교사와 학생이 실랑이를 벌이는가 하면 자신의 학생부 성적과 희망학교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희망학교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등 최적의 조건찾기에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수시원서를 접수하기 위해 희망학교 조건을 체크하던 A양(2반)이 갑자기 어쩔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알고보니 수시로 일본어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1급 시험에 합격했으나 자격증이 오는 9월말이나 돼야 나오는데 가고싶은 대학교에서 자격증을 첨부해야 했던 것.

담임 교사는 해당 학교는 물론 시험기관 등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학생이 원서를 접수할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10여분동안 10여차례의 전화통화를 한 끝에 인증서를 미리 받을수 있는 절차를 알아냈다.

A양은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A양은 “일본어를 전공하기 위해 1급 자격증을 따는 등 일찍부터 수시준비를 해왔다”며 “희망하는 학교에서 나오지도 않은 자격증을 첨부해야 된다는 소식에 어쩔줄 몰랐는데 선생님의 도움으로 원서를 접수할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선생님 저는 무조건 신방과에 원서넣을 거에요.”

“임마!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거래이. 지금은 떨어져도 괜찮다고 하지만 막상 실패해봐라. 니는 학생부 성적이 괜찮은 편이니까 수시로 대학진학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한번 고민해 보자.”

신문방송기자가 꿈이라는 B양(4반)은 중앙대 신방과 등 3곳의 대학에 수시원서를 접수하기 위해 담임교사와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B양 담임교사는 “B양의 경우 학생부 성적을 잘 관리해 왔기 때문에 수시를 노려볼 만한 성적인 만큼 무조건 상향지원 할 것이 아니라 한곳은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며 “아직 정시도 남아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의 초조감은 더욱 심해지는 만큼 정시에서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힘든 학생의 경우 수시에서 진로결정을 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수시원서를 접수한 C양은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은 별로 없지만 막상 수시원서 접수 시기가 다가오니 아이들이 고3임을 실감하는 것 같다”며 “진작 좀더 열심히 할걸 하는 후회와 함께 정시이후 어떻게 될까하는 이야기로 초조함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헌 학년부장은 “대학진학은 학생들의 인생이 걸린 일인만큼 학생들도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교사들도 그에 못지않다”며 “학생들의 건강유지와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3학년 교사 전부가 비상체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장은 이어 “수시의 경우 대학마다 학생선발 기준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진학지도교사의 정보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학생들의 장점을 잘 찾아내 그에 맞는 학교를 찾아내고 좋은 성과를 얻었을때 진학지도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본격적인 입시전쟁에 돌입한 고3교실의 현장에서 문득 `입시지옥에서 해방되는 그날이 언제쯤 올까?`하는 우문이 떠올랐다.

/권종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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