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첫 신입생을 받은 울산과학기술대학교(울산과기대·UNIST)는 카이스트, 포스텍과 함께 국내 이공계 분야 특성화 대학 삼각축 중의 하나로 육성·발전할 계획임을 그동안 공공연히 밝혀왔다.

울산광역시는 오랜 기간 지역의 숙원이었던 국립대 유치에 성공하자 지역 인재 양성은 물론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산업에 명실상부한 산·학·연·관 체계가 완비됐다며 대학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고 있다. 울산광역시 교육혁신도시협력관에 따르면 대학 부지조성비와 진입로 개설비로 1천여억원을 투입했으며 15년 동안 매년 100억원의 발전기금을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울산과기대가 최근 포스텍의 교수와 직원들을 스카우트 한 일을 두고 포항 지곡단지 안팎에는 대학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특히 연구처장을 역임한 비중있는 교수와 연구지원 관련 팀장이 포함된 점은 그동안 대학 측이 소위 `허리`역할을 할만한 교수에게 기본연구비를 집중지원하는 등 육성책을 기울인 점을 고려할 때 파급이 있다는 지적이다.

총장의 리더십도 학교 안팎에서 거론 대상이 되고 있다. 백성기 총장은 그동안 TV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 시민단체 대표, 포항선진일류도시추진위원장 등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시민들에게 깊게 각인돼 왔다. 하지만 백 총장은 정보통신대학원의 폐쇄 방침을 세울 만큼 법인이사회에서 대학 조직의 간소화를 요구받고 있지만`복잡한 문제가 있어 진전이 안 된다`고 피력할 정도로 리더십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인전입금은 매년 29% 이상으로 외국대학에도 사례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지만 대학발전기금 모금은 2008년도 목표에 비해 성과는 3억6천만원으로 10%미만에 머물렀다. 포스텍 `Vision(비전) 2020`에 2020년 노벨상수상자 1명을 배출할 계획이지만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여전히 알려진 바가 없어 이사회에서 집중 거론되기도 했다.

지곡단지의 한 연구원은 “개교 23년을 넘긴 포스텍은 지금 신진 이공대학의 추격과 카이스트로 상징되는 중부수도권 집중현상의 중간에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기로에 있다”면서 “포스코 경영진 교체 과정이 학교의 근간에 파장을 끼친 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취임 이후 이른바 `OB`들의 일선 후퇴를 직간접적으로 쟁점화한 뒤 대학 설립에 산파역을 맡은 이대공 법인 상임부이사장이 지난 4월에 물러난 과정은 포스텍에 불씨가 잠재돼 있음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리스트)도 활력이 상당히 감퇴했다. 리스트는 1994년 김만제 포스코 회장 취임 뒤 포스코기술연구소가 신설된 데다 IMF 체제 이후 연구원 신규 채용이 최소화됐다. 그나마 마그네슘강판과 연료전지 등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부 채용이 있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보수와 정년 조건은 국책연구소보다 낮고 연봉은 비슷해 대전과 대덕에 비해 지역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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