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풍년이라구요. 고추농사 20년 만에 올해같이 병충해 피해가 심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청기면 상청리 박모(54)씨는 “1만㎡(3천100평)의 고추밭 가운데 60% 이상이 탄저병 피해를 입어 수확할 게 거의 없다”며 “자녀 학자금 하려고 얼마나 소중하게 길렀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입암면 교동리 강모(44)씨도 “7~8월에 지속된 비로 병해충 예방을 제때 할 수 없어 3천300㎡(1천평) 밭에 키우던 고추 중 대부분 역병, 탄저병이 들어 상품성이 없게 됐다”며“고춧대를 뽑아내고 배추를 심을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영양지역에는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고추밭에 무름병과 탄저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피해면적이 확산되고 있다.

병충해 피해 발생이 심한 고추밭은 무름병으로 고랑마다 고추가 물러 터져 썩고 있으며 열매 탄저병이 들어 상품성이 떨어지고, 불규칙한 온도변화로 새로 맺혀야 할 고추조차 착과가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1년 평균 5~6회에서 걸쳐 수확하던 물량이 올해는 2~3회에 그치고 있는 농가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영양지역 고추 재배는 2천744여 농가가 2천77여㏊의 면적에 5천190여t의 고추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랜 장마에다 저온 및 고온 다습한 기후변화로 병충해가 확산되면서 애초 예상 수확량보다 10~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단체들은 “농가에서 병충해 방제를 철저히 했지만 장마가 워낙 오래 지속됐고 8월 저온현상과 9월 고온이 이어지면서 병충해 발병률이 지난해 10%보다 두배 이상 급증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농민들은 평년보다 고추가격이 대폭 상승해 위안을 삼고 있다.

현재 산지 고추가격은 상품 화근 600g(1근당)에 6천원, 태양초 1만원선을 밑돌고 있다.

농협 고추수매 관계자는 “현재 고추 가격은 600g(1근당) 평균 5천500~6천원 선으로 지난해 4천900원에 비해 15% 이상 올랐고 앞으로 소폭 오름세가 예상 된다”며“고추 재배 농가는 병충해 예방에 주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권윤동기자 yd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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