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영포항지방해양항만청장
연안은 연안관리법상 연안해역과 연안육역으로 구분되지만, 일반적으로 연안구역은 바닷가를 중심으로 인간의 경제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해역과 육역의 일정구역으로 통용되고 있다.

현재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이러한 연안구역이 각종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인류발전을 위해서는 자연을 무지막지하게 개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해 왔다.

이에 반해 동양적 사고에서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아무리 발전을 거듭한다하더라도 자연적 재앙 앞에서 인간의 무력감만 확인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개발은 지구환경을 변화시키고 자연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재앙들을 토해내며 그간의 설움을 폭발시키고 있다.

작금의 지구환경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 인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라고 보는 서구적 관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결정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대립되는 관계로 인식된다면 결국 인류의 파멸만을 초래할 뿐이다. 환경친화적 이용이나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어 생겨난 것이다.

경상북도는 428km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가지고 있으며, 영일만을 제외하고는 해양수질도 다른 지역보다 양호한 편이다. 이는 해안선이 단조롭고 해류의 영향으로 일부 어항이나 만 지역을 제외하고는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즉시 희석되는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 품처럼 무한한 자정능력을 발휘할 줄 알았던 동해바다도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처리할 수 있는 오염 정화능력은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는 연안 해양생물의 오염물질 축적도가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는 데서 그 징후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비하여 연안지역의 지방자치단체는 육상오염물질의 해양배출 관리를 위해 과거보다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양환경보전 보다는 연안지역 개발에 지나치리 만큼 집착을 두고 행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북지역 연안은 산업화의 진전과 이용수요 증가에 따라 해양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산업기반시설의 조성을 위한 연안매립과 개발은 해안환경과 생태계에 끔직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근래에는 해수욕장과 어항배후지 등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무질서한 연안이용행위는 생활오폐수 등 각종 오염물질의 해양유입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건강한 연안과 쾌적한 해양환경 조성을 통한 우리들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해양환경오염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들 모두는 소중한 연안과 바다를 영영 잃어버리고야 말 것이다.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연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앙행정기관인 포항해양항만청과 경북연안 지자체가 현재의 연안관리실태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손을 맞잡고 긴밀한 협조·공조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아울러 연안지자체의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지원하려는 인근 지자체의 협조정신도 필요하다.

행정기관내 환경부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인력도 육성해야 함은 물론, 대학연구기관과 지역환경단체와의 협조관계 형성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건강한 연안환경 조성을 이루려는 시민의식 회복이 급선무다. 육상에서의 오염원을 줄이고 방류와 투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는 지혜와 인내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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