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경북권에서 대표적인 씽크탱크의 한 핵심인사는 정부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과정에서 확인한 포항의 위상에 대해 씁쓸한 기억을 좀처럼 지울 수 없다.

대구시가 쟁쟁한 인프라를 가진 전국의 도시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내세운 카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근 도시인 포항의 포스텍과 방사광가속기. 당연히 포스텍에 공조를 요청한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추진단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 인사는 “처음 제안을 했을 때 대학 측은 `설마 되겠는가`라는 듯 소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정부가 대구와 오송을 선정하자 뒤늦게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다”면서 “이번 유치전에서 보여준 대구경북권 제 주체들의 역할과 기여도가 향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포항과 포스텍의 입지는 좁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포항이 성장동력으로 내세워온 포스텍과 포스코, 영일만항과 배후단지, 차세대 성장 산업의 육성, 대통령의 고향도시 기대감, 이른바 `MB효과`의 부진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고 있다.

영일만항의 개항을 계기로 한껏 부풀고 있는 `제2의 영일만 기적`으로 고무된 포항에 때아닌 위기론이 거론되는 데는 대표적 성장 중심인 포스코와 포스텍의 이상 징후가 자리잡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6년 건설노조의 본사 점거 사태가 한창인 와중에 순천에 마그네슘 강판 공장 유치를 확정한 데 이어 지난 7월말에는 1조원 규모의 합성천연가스(SNG) 플랜트도 광양에 건설하는 MOU를 체결했다. 발표에 앞서 입지를 검토하던 포스코는 가스 공급망이 광양·광주권에 조성돼 연간 150억여원의 원가가 절감되는 잇점 외에도 포항제철소 안팎에 적당한 부지가 없다는 판단에 광양행을 결정했다.

이처럼 포항은 공장 부지난이 심각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일읍 우복리 일대 100만여평에 추진된 그린일반산업단지 마저 일부 주민의 반대와 포항시의 소극적 사업성사 의지로 인해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동해·장기면 일대 국가산단 조성 면적도 당초 계획 보다 25% 줄어든 210여만평으로 축소됐다.

지난 1986년 개교한 포스텍도 지난 20여년간 보여 줬던 성장 속도가 주춤한 단면들을 최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한 중앙지가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와 공동으로 `2009년 아시아 대학평가`실시한 결과 공학 분야에서 아시아 25위권 안에 드는 대학은 카이스트와 서울대뿐이고 포스텍은 30위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개교한 울산과기대로의 인력 유출도 시작돼 전직 연구처장 등 교수 3명과 팀장, 임시직 등 직원 4명이 이직했다.

포스텍 사정에 밝은 인사들에 따르면 이 같은 심상찮은 조짐은 총장의 리더십 문제, 교수아파트가 소재한 지곡단지 내 각종 인프라의 노후화, 포항의 열악한 접근성과 의료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구자문 한동대교수는 “포항은 뛰어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5+2광역경제권 계획 등에서 소외되는 등 장점을 제대로 못 살리고 있다”면서 “영일만항 개항 등의 성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안팎의 우려에 대해 냉정한 자기 점검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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