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치료 현장에서 만난 의료진들

지난 4일 오후 2시 포항의 모 종합병원 별관 건물.

건물 입구에 표기된 `신종플루 진료실 `안내문구를 따라 조심스레 3층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평소 취재를 위해 수도 없이 오르내리던 곳이지만 수 많은 신종플루 의심 환자들이 다녀갔을 생각을 하니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30여 걸음 만에 드디어 다다른 3층. 입구에 붙은 또 한 장의 안내문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켜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한다.

조용히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 진료실 내부. 일단 접수대에 설치된 1회용 마스크부터 착용했다.

이어 고개를 드니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한 10여 명의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3명의 가족과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2명의 젊은 여성, 아기를 안고 진료를 받는 주부, 나머지는 모두 전문의료진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때문인지 의료진 외에는 그 어떤 대화도 쉽게 들을 수 없었다.

이 진료실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정부의 신종플루 거점병원 지정에 따라 보름 여 전에 설치됐다.

주변에 학교가 집중된 탓에 학생 단위가 많아 하루 평균 이곳을 찾는 의심환자는 60~70여 명에 이른다. 많을 때는 한 번에 100여 명이 몰린 날도 있었다고.

이처럼 각 거점병원마다 설치된 신종플루 진료실의 의료진들은 무조건 하루 수십 명의 환자 또는 의심 환자들과 대면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긴 하지만 증상확인과 검사를 위해서는 대화는 물론 직간접적으로 환자와의 접촉은 필수다. 어찌 보면 신종플루에 가장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집단이다. 때문에 거점병원 운영 초기, 지원과 대책은 없이 환자 치료에만 의무를 다하라는 정부에 대한 병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하지만 개인 위생 관리 외에 뾰족한 예방책이 없는 현실에서 이들은 방문 환자마다 치료와 함께 과장된 신종플루 상식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등 일선 현장에서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이 병원 신종플루 진료실의 한 의사는 “정부 방침이 하루아침에 바뀌면서 진료실 설치 초반, 의료진조차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면서 “신종플루는 일반 감기와 마찬가지로 면역력 등 개인 건강과 위생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음에도 과장되게 알려져 지금은 진료실을 찾는 의심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올바른 상식부터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의심환자들이 이곳을 다녀가고 저마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이로인해 환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이 안타깝다”며 “신종플루에 감염되더라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단순 감기처럼 감염사실조차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다. 혹여 주변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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